양효진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동물원에서 5년간 일하던 수의사가 어느 날 동물원 창문을 뛰어넘었다.
일을 하며 만난 동물은 불행해 보였다.
방문객은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지 못한 채 동물원을 떠났다.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찾고자 했다. 5년간 19개국 178곳을 돌아다녔다. 동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작가가 동물원에서 일할 때 동물들이 묻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줄 알아요?”
이 물음에도 답을 해줘야 했다.
“왜 동물이 갇혀 있는가?”
동물을 가두고 억압하고 즐기는 사이 우리가 잊었던 당연한 이 질문에도 답을 찾아야 했다.
동물원 방문객은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는 게 아니라 동물을 가두고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배우고 떠났다.
저자가 방문한 많은 동물원은 여전히 인간을 위해 동물이 존재했지만 보전의 역할을 하기 위해 변화하기도 한다.
문을 연지 200년 된 런던 동물원에 있는 펭귄 풀은 버킹검 궁, 스톤헨지와 같은 급인 문화유산 1급이지만 동물의 생태와 복지를 무시한 건축물이다.
아름답지만 철저히 인간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곳. 현재 펭귄풀이 비어 있다. 과거 동물원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반면 국립공원, 동물호보구역의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 존재했다. 하지만 그 공간들은 환경파괴와 인간의 이기심으로 언제라도 그 땅. 하늘, 바다를 빼앗길 수 있을 것처럼 위태롭다.
유사 이래 인간과 동물 사이의 거리가 지금처럼 가까운 적이 있을까? 최근 동물원은 동물과 인간의 사이에 유리창을 놓는 것을 선호한다.
사람들이 코앞에서 동물을 보는 강렬한 경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원은 유리창 앞에 열선을 깔고, 먹이를 놓아 동물을 유리창 앞으로 끌어들인다.
갇혀 있는 동물을 코앞에서 보면서 인간은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잊는다. 두려움은 즐거움으로 치환된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과 사이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인간에게 자연과 동물은 무서운 존재여야 한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말레이 곰을 가까이에서만 보다가 보호센터에서 쌍안경을 통해 멀리 큰 나무 위에 높이 올라가 있는 말레이곰을 보는 낯선 경험을 한다. 인간이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원 방문객은 평균적으로 뱀 우리 앞에서 8초, 사자 1분, 코끼리 2분을 머문다.
인간이 눈도장 찍는 시간을 위해 동물은 전 생애를 고통 받는다.
동물원 동물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사람을 태우다 구조된 코끼리는 사람을 싫어했고, 어린이동물원에 있다가 구조된 염소는 아이들을 싫어했다.
학대에서 구조되어 행복하게 사는 책 속 동물들의 모습은 우리를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동물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저자 양효진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양서류의 항아리곰팡이 질병 연구로 석사를 마쳤다.
서울동물원에서 동물 큐레이터로 5년을 근무한 후 그만두고 동물원, 수족관, 국립공원, 야생의 동물을 만나는 여행을 떠났다. 현재는 호주에서 남편,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물을 찾아 뚜벅뚜벅 걷고 있다. 동물,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2탄, 3탄의 책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