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지음, 판미동 펴냄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도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에코 카툰 에세이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이 판미동에서 출간됐다.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자 하루치의 재기발랄한 그림과 따스한 글로 환경 문제에 대한 단상들을 3편의 그래픽노블과 70여 편의 그림을 통해 풍성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우리가 당면한 환경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면서도 모두 비건이 되어야 한다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자고 극단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를 보고하며 무력감이나 죄책감을 지나치게 상기시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구를 위해 작은 무엇이라도 해 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량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구를 조금씩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행위에 주목한다.

그것은 고기를 3분의 1 적게 먹는 일일 수도, 작디작은 생명을 보살피는 일일 수도, 비닐 하나를 재활용하는 일일 수도, 음식물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궁리를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지구를 위하는 일은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됨을 밝히며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제는 누구나 지구가 괜찮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채식이나 제로 웨이스트를 행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다.

환경 문제에 대해 무겁고 진지하게 임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의구심이 생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플라스틱 제품을 덜 쓰도록 노력해야지 결심하지만, 밤이 되면 또 한 번 배달 앱을 켜고 마는 모순을 지닌 우리들도 지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래서 지구를 위해 채식할 수는 없어도 고기를 줄일 수는 있고, 지구 환경보다는 치아 건강이 더 중요하지만 칫솔 성분이 친환경적인지 꼼꼼히 따져 볼 수 있으며, 지구를 살리자고 조미김을 안 먹긴 힘들어도 플라스틱 없는 김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에 건네는 진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환경 인식에 대한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MZ 세대에 맞춤한 웹툰에서부터 그래픽노블,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다양한 이야기 7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보고, 느끼고,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도록 이끄는 이 책은 눈물과 감동, 웃음과 허를 찌르는 통찰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볼거리,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한편 저자 하루치는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션 감독, 그림책 작가, 텍스타일 디자이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만든 그림책 『어뜨 이야기』로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항상 장바구니를 소지하고 배달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식물이 가득한 공간에서 작은 자연을 만들며 살고 있다.

작은 집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양이와 초록 식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산책할 때 보이는 것들, 머리 위 파란 하늘에 그려지는 상상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비교하며 혼자 몰래 부끄러워하는 감정들 모두를 쓰고 그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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