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 치수과, 폭포동 인공폭포 앞 호수 물빼기 작업 중 ‘생명 경시’ 논란

지난 3월 중순 은평구청 치수과가 은평뉴타운 폭포동의 인공폭포 앞 연못의 물을 뺐다.

겨우내 묵은 때를 벗기고 시설정비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연못 안에 있던 올챙이 알들이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 버렸다. 일부는 금새 물이 빠져버린 연못 바닥에 간신히 들러붙어 있었지만 때마침 내려쬐는 햇빛에 생명이 위태롭긴 매한가지였다.

은평뉴타운 폭포동 인공폭포 연못의 물이 빠지고 난 뒤 드러난 올챙이 알. 사진=주민 제공
은평뉴타운 폭포동 인공폭포 연못의 물이 빠지고 난 뒤 드러난 올챙이 알. 사진=주민 제공

마침 지나던 주민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은평구청에 항의했다.

“한낱 미물이라도 생명체인데, 너무 함부로 처리한 것 아니냐? 더군다나 개구리 알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알이니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민원을 접한 은평구청 치수과 하천관리팀 직원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치수과 직원들은 민원에 아랑곳 않고 “더 많은 주민들의 쾌적한 쉼을 위한 연례행사이니 이해해 달라”고 사무적으로 응대했다.

개구리 알이 아니라 맹꽁이 알일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수차례의 민원에 시달리다 간신히 “맹꽁이는 6월에 산란하기 때문에 연못에 있던 것은 맹꽁이 알이 아니라 개구리 알이 맞다”는 논리를 찾아냈다.

은평뉴타운 폭포동의 명물로 자리잡은 인공폭포와 연못.
은평뉴타운 폭포동의 명물로 자리잡은 인공폭포와 연못.

은평구청 치수과 직원들의 일처리는 미숙했다.

연못의 개구리 알이 퇴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면 잠시만이라도 대야에 옮겨놓는 수고와 배려를 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불거지진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치수과 직원들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다.

연못 안에 개구리알을 뻔히 확인했으면서도 일의 편의를 위해 그냥 없애버리려 했던 ‘생명 경시’, 맹꽁이는 문제가 되겠지만 개구리 알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생명 존엄성 업신여김.

친환경이니 생태니 복원이니 습관적으로 떠들기보단, 제발 본인들의 맡은 업무의 성격부터 깊이 있게 파악해 보시길. 아무리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이라도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 않겠는가?

은평구청은 29일부터 폭포동 인공폭포 연못에 다시 물(수돗물)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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