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루빈 지음, 보물창고 펴냄

『바로 이 나무』는 한 나무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다.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서 자라는 나무, 고층 빌딩 사이로 재빨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콘크리트에 떨어지는 비 냄새를 좋아하는 나무, 광장으로 숱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그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걸 보람찬 직업으로 삼은 나무, 해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모두에게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나무, 그 꽃이 하얀 눈처럼 소담스러운 바로 이 나무, 콩배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20여 년 전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9·11 테러가 발발한지 지난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9월11일,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자살 폭격으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면서 2,977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영상을 TV로 지켜본 세계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때 빌딩의 잔해 더미에 묻혀 있다가, 몇 주 만에 구조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생존자 나무(SURVIVOR TREE)’라고 불리게 된 이 나무는 심하게 손상되어 회복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뉴욕시 한 공원의 묘목장에 다시 심어졌다.

과연 이 ‘생존자 나무’는 생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살던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바로 이 나무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더불어 9·11 테러라는 엄청난 비극의 여파 속에서도 한 도시가 치유와 재생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9·11 테러 직후, 무려 180만 톤이나 되는 잔해가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널리 알려진 세계무역센터 주변 지역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 잔해 더미에서 발견된 ‘생존자 나무’는 뿌리가 끊어졌으며 가지는 불에 타고 부러져 회생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공원의 묘목장 사람들이 정성껏 보살핀 덕분에 새봄에 기적적으로 새순을 틔웠고, 가지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부드러운 새 가지가 해를 향해 뻗었고, 봄마다 작고 하얀 꽃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나무는 자신 내면의 힘과 지역 공동체의 보살핌과 지원을 통해 치유된 것이다. 그리고 9년이 지난 2010년 12월, 생존자 나무는 세계무역센터로 다시 돌아와 새 광장에 심어졌다.

그러는 동안, 테러로 파괴된 도시는 재건을 시작하여 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를 비롯한 새로운 세계무역센터 빌딩들이 들어섰고,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는 영원히 비워져 9·11 테러를 추모하는 기념비와 기념관이 만들어졌다.

희생자를 기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을 위로하며 치유와 반성의 공간을 제공하는 이 공간에 ‘생존자 나무’가 돌아와 사람들이 평화와 희망을 찾는 상징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 션 루빈은 “생존자 나무를 고향 친구이자 이웃으로 여기”며 그림책 『바로 이 나무』를 쓰고 그렸다.

생존자 나무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와 회복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가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방식이 바로 이 나무가 회복한 방식과 같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