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애플북스 펴냄

수십 년간 정원의 동식물과 함께해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친절한 설명으로 잘 녹아 있는 이 책은 자연과학에 문외한이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십 대 시절 저자의 정원 가꾸기에서 시작된 이 책은 정원의 이웃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정원의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이웃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안정된 정원일수록 새로운 이웃들이 찾아와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고, ‘정원’이라는 시스템은 더 안정된다. 그리고 이것은 정원 바깥의 거대한 자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원에서조차 ‘모든 게 내 소유’라는 이기주의를 떨쳐 낸다면. 이곳에서는 뭐든 마음대로 기발하게 할 수 있다. 뭔가를 ‘공유’할 필요도 없고, 그에 따른 불가피한 제약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그저 넘치도록 많은 것 중에서 조금만 나눠 주면 된다.

이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거나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조용하고 영리하게 살아가는 ‘선량한 이웃들’을 계속 살아남게 할 수 있다.

진딧물을 놓고 꽃과 개미와 무당벌레가 벌이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다 보면 함부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게 되며 울타리를 넘나드는 새들을 통해서 정원이 지구 생태계와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정원에서 사는 동식물에 대한 83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당벌레의 반점 개수가 나이를 나타낸다고?’처럼 인간이 만들어 낸 속설의 진위를 가려내는 질문부터 ‘여왕벌은 정말 여왕처럼 살까?’처럼 상식을 깨트리고 삶을 반추하게 되는 질문, ‘박새가 우리 집 의자 위쪽에 둥지를 틀면 어떻게 하지?’처럼 자연계의 이웃을 배려하기 위한 작은 실천 방법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까지 다양한 범주에 걸쳐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정원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능력 있는’ 동료들과 잘 지내는 법까지 터득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조용하게만 보이던 주변의 자연 풍경이 새롭게 느껴지면서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지는 정원 시스템에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자연계의 순리를 받아들이며 지혜 한 토막 얻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역시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슈투트가르트의 뷔르템베르크 주립도서관 소장 도서에서 선별한 아름다운 도판은 우리 주변의 선량한 이웃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멋있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 동식물의 명칭에 얽힌 신화나 전설, 민담을 통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동식물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그들을 한층 더 흥미롭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선량한 이웃들』에 소개되는 풀숲에서는 지금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질서 있게 균형을 이루며 함께 살아간다.

그곳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는 세상이다. 귀여운 무당벌레도, 무서운 말벌도 그저 생태계를 구성하는 ‘선량한 이웃’일 뿐인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만나는 작은 풀숲 역시 지구 전체 생태계의 일부임을 깨닫게 하고 그것들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이유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한편 저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는 독일의 원예학자, 식물학자이자 저술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하노버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한 후 식물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십 대 때부터 부모님 집의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들에게서 식물에 대한 지식과 관리법을 배우고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번 이사를 했는데, 가는 곳마다 새롭고 다양한 환경 조건의 정원을 발견하고 그에 알맞은 관리법으로 가꾸어 나갔다.

다양한 입지와 그곳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펴낸 수많은 저서에 이런 점이 잘 드러나 있어, 식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에게 인정받는 한편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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