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지음, 우리학교 펴냄

최근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지구 기후 환경 보고서〉(2021)를 통해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전 대비 1.11도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가 향후 10년간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아래로 유지하는 데 힘쓰지 않으면 암담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여러 차례 경고한다.
 

그리고 그 경고는 현실에서 다양한 위기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염, 폭우 등의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가뭄, 홍수, 산불, 생물 다양성 감소,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등……. 수많은 SF 영화가 그려 내는 암울한 미래 지구와 인류의 시나리오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멸종을 선택하지 마세요』는 기후 재앙 앞에 다다른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지금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는 이야기다.

머나먼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지구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왔는지 되짚어 보고, 우리의 내일을 구하려면 그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모색한다.

미래를 위한 지금의 행동을 제안하는 이 책의 곳곳에서 지금 여기의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엔 본부 총회장에 공룡 한 마리가 나타나 단상에 올라선다. 그리고 놀라 굳어 버린 인간들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잘 들어, 인간들아. 멸종을 선택하지 마. 이제는 변명을 멈추고 변화를 시작할 때야.”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자 만든 캠페인용 단편 영화 속 장면이다.

오늘날 하루하루 무섭게 발전하는 생명공학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제약 없이 상상하게 한다.

이를 둘러싸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전망과 논쟁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중에도 한결같이 일치하는 의견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이 변화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살아간다면, 100년도 채 되지 않아 엄청난 위기와 재앙을 맞이할 것이란 사실이다.

가속화된 지구온난화와 함께 ‘인류세 대멸종’이라고 불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는 전 인류의 삶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팬데믹을 경험했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지구 위험 보고서〉(2021)는 기후 대응 실패가 팬데믹보다 더 큰 파괴력과 위험 발생 가능성을 띤다고 보고한다.

『멸종을 선택하지 마세요』는 이처럼 거대한 위기 앞에 놓인 인간의 어제와 오늘을 점검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도록 하는 책이다.

앞서 『우리는 지금 미래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는 감염병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를 출간하며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인간의 미래를 그려 온 김정민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우리의 내일을 두고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46억 년간 굳건히 존재해 온 지구상에서 어떤 생명체는 살아남고 어떤 생명체는 소멸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 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사유할 수 있도록, 그리고 끝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발견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원 헬스(One Health)’라는 새로운 사고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장 ‘원 헬스,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모두의 건강’에서는 지구상의 생명체 모두가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어느 한 층도 무너져선 안 되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졌다는 새로운 프레임, ‘원 헬스’에 관해 이야기한다.

환경 운동가 레이철 카슨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새들이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이 오리라 경고했듯이, 원 헬스는 인간이 다른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 지속될 때 지구 시스템 전체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분법적이고 기계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과 동물, 자연의 건강을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개인이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미래의 큰 변화를 끌어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 문제를 인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과 함께 엮어 짚어 보는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는 핵심은 ‘후회와 공포, 두려움’에 따르기보다 ‘희망’에 의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때면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때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고 흐름을 파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찾는다면 분명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연한 희망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희망, 사소할지라도 단호하고도 능동적인 행동은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할 인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일 것이다.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해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이다.

약 4년 전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홀로 일인 시위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인을 거리로 이끄는 세계적인 기후 행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중심이 되었듯이 말이다.

한편 저자 김정민 본래 출판 기획자였으나 지금은 미래 연구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문학 연구자들의 자문 그룹을 조직해 함께 활동하는 인문 지식 큐레이터이다.

경계 넘어서기를 좋아해서 여행은 주로 여러 국경을 넘는 일정으로 잡는다. 그런 버릇처럼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강연 등을 기획하는 일도 하고 있다.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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