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민 지음, 국민서관 펴냄

어느 평범한 날, 제임스 씨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배꼽에서 인간을 닮은 무언가가 나온 것이다.

“남자가 인간을 낳았다고? 그것도 투명한 인간?”

이는 큰 화제가 되었고, 과학자들은 그것을 ‘플라스틱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이 신기한 생명체, 플라스틱 인간에 열광했다.

플라스틱 인간은 귀여운 외모에 제법 똑똑하기까지 했다. 먹이만 주면 특별히 놀아 주거나 관리해 주지 않아도 문제없이 잘 자랐다.

제임스 씨도 다재다능한 플라스틱 인간을 기특해했다. 자신에게 벌어질 기막힌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주인공 제임스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생수를 마시고, 샤워를 한다. 간단하게 아침을 때운 후에는 커피 한 잔을 들고 회사로 향한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 그가 플라스틱 인간이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낳았다.

왜 하필 그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제임스 씨가 매일 사용하는 생수, 샴푸, 즉석식품, 종이컵, 물티슈, 합성섬유 옷 등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비닐을 뜯고, 옷을 세탁하고, 버려진 플라스틱이 풍화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

그렇게 생긴 미세 플라스틱은 물, 공기, 음식 등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제임스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고, 섭취하고 있던 것이다. 제임스 씨는 평범한 인간을 대표한다.

그는 남들처럼 별생각 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 왔다. 그가 특별하지 않음을 증명하듯,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스틱 인간을 낳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난다.

플라스틱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허구의 존재일지라도, 그것이 상징하는 플라스틱의 위협은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

그림책 『플라스틱 인간』은 보금자리가 좀먹는 것도 모르고 편리하다며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경고를 보낸다.

주인공 제임스 씨가 처한 상황은 ‘머지않은 우리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책 속에서 플라스틱 인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플라스틱을 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플라스틱 인간이 어떤 위협이 될지도 모르고, 그저 사람들은 귀엽고 똑똑하다며 환호한다.

여기저기 유행처럼 번져 누구나 플라스틱 인간을 키우고 꾸미는 데 여념이 없다.

환경에 미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값싸고 편리하다며 플라스틱을 마구 사용하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100년, 플라스틱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문제가 생긴 지 이미 오래지만, 우리는 지금껏 그 심각성을 모른 체했다.

더는 눈감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나서야 분노에 차 소리 지르는 제임스 씨처럼.

마지막 장면 이후 제임스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그리고 제임스 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말은 달라질 것이다.

"이 집의 주인은 바로 나!"

‘플라스틱 인간’의 마지막 말을 곱씹어 보자.

이 지구가 누구의 것인지,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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