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소들섬 일대 ‘자연보호구역’ 지정됐지만, 한전이 법·절차 무시 고압 송전탑 공사 강행

한국전력이 올 1월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충남 당진시 소들섬 일대 농경지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한 고압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소덕동 팽나무'로 출연한 경남 창원 동부마을의 5백년산 팽나무가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돼 나무는 물론 마을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보호받는 것과는 대조적 상황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8일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부장리, 신촌리 소들섬 및 삽교호유역 일원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신규지정 고시했다.

환경부는 아울러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 및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8조의 규정에 따라 이 일대 지형도면을 고시하기도 했다.

소들섬과 삽교호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 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고니, 큰기러기, 쇠기러기, 잿빛개구리매, 털발말똥가리 등 희귀한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어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소들섬 전경. 사진=당진시청
소들섬 전경. 사진=당진시청

특히 우강면 신촌리 495번지 소들섬은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데다 해마다 가창오리, 왜가리, 큰기러기 등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군무를 펼치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볼거리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전력 중부건설본부가 지난 2015년부터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해 해당 지자체·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한전의 이 공사는 태안화력 9~10호기, GS EPS 발전소(당진 4호기) 추가 건설에 따른 전력의 수도권 송전과 인근의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총 35.1km의 거리에 송전탑 7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 1월 환경부가 당진시 우강면 부장리, 신촌리 소들섬 및 삽교호유역 일원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며 송전선로 건설이 중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한전은 대법원의 판결, 국토계획법, 야생동물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법률과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식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전은 소들섬 안에서 39번 송전탑 공사도 강행함에 따라 자연환경은 물론 철새 서식지가 무차별로 파헤쳐 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당진시 우강면 신촌리 495번지 소들섬에 송전탑 공사가 한창이다.
충남 당진시 우강면 신촌리 495번지 소들섬에 송전탑 공사가 한창이다.

이에 따라 한국환경회의는 2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국전력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의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환경회의는 “한전은 당진시 우강면의 농경지에는 34번부터 38번까지의 송전탑을 세우고, 삽교호 내의 소들섬에는 39번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3월 30일 당진시가 환경영향평가법상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한국환경회의는 “한전은 여기에 대해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지만, 지난 8월 4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그렇다면 현재 공사중지명령은 유효한 상태다. 최소한 11월 23일로 예정된 1심 본안 판결 전까지는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진입로와 작업장을 사용하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이 처럼 최소한의 법절차가 무시되고 있는데도, 금강유역환경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환경부도 뒷짐을 지고 있다. 후속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당진시도 책임이 크다”며 “당진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한전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경회의는 그러면서 “한전은 야생생물보호구역을 파괴하면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당진시는 한전에게 39번철탑 인근에서 이뤄진 불법개발행위에 대한 공사중지명령과 형사고발, 34번부터 38번 철탑의 작업장 및 진입로 사용중지명령 등 책임있는 후속조치를 해서, 더 이상의 파괴를 중지시켜한다”고 요구했다.

한국환경회의는 “금강유역환경청은 지금까지 이뤄진 과정을 환경적 측면과 법적·행정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야생생물보호구역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즉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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