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D 사망자의 뇌속 변화 영상.
인간 광우병처럼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치명적 전염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사망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 공식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의대 김윤중 교수팀은 29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난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조직을 꺼내 동물실험을 한 결과, 국내 첫 '의인성 CJD(Iatrogenic CJD)'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 등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환자는 23년 전 뇌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CJD 감염 사망자의 인조경막을 이식했다가 CJD에 전이된 '의인성 CJD'로 확인, 추가 감염 환자 파악 등의 역학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의료진의 추적결과 이 환자는 CJD에 감염된 줄도 모른 채 20여년을 지내다 2010년 6월 몸에 힘이 약해지고 왼쪽 얼굴과 오른쪽 발가락에서 감각장애가 나타나나는 등의 운동장애, 간대성근경련(근육의 일부 또는 전체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수축현상) 등이 나타난 후에야 3차 대학병원에 보내졌다. 당시만해도 뇌-자기공명영상(MRI)에서 눈에 띌만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1년 후 사망 시점까지 환자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구음장애와 공포증, 심한 감정변화, 불면증, 환각증, 복시 등이 이 환자의 대표적 증상이었다고 보고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에서 생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 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이식사례, 제품 사용현황, 환자 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가 지난 7월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건당국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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