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황새'가 한여름 전남 영광의 해안가에 출현했다(8월6일자)는 소식,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동물) 보존 연구’를 위한 현지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7월25일 전남 영광의 한 갯벌에서 휴식 중인 황새를 발견, 사진과 함께 언론사에 자료를 돌린 겁니다. 그런데 다정도 이쯤되면 병이겠지만, 그 사진 속 어린 황새가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휴식 중이라는 황새는 실상 매우 지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야윈 몸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모습에선 처량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텃새였던 황새는 과도한 농약사용과 무분별한 밀렵으로 지난 1994년 암컷 황새가 죽은 기록을 마지막으로 절종돼 버렸습니다. 이후 시베리아 등지에서 여름을 나고 우리나라엔 겨울철 충남 서산과 만경강, 영암호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관찰되고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은 상태입니다. 이번에 영광에서 발견된 황새에 대해 문화재청은 "지난해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에 도래했다가 번식지로 가지 못해 낙오된 개체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일까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김규련의 수필 '거룩한 본능'엔 한 쌍의 황새 얘기가 나옵니다. 화전민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황새 한 쌍이 날아들었고, 길조로 여긴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새 한 마리가 밀렵꾼이 쏜 총에 맞았고, 마을 사람들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무서리가 몹시 내린 어느 아침', 암·수컷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짝을 버리고 혼자 남쪽으로 갈 수 없었던 다른 황새도 죽음으로써 '연모지정'의 의리를 지킨 것이지요. 영광에 나타난 어린 황새가 가족을 찾아 헤매는 것이라면 빨리 가족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곳에 텃새로써 숨어 살다 잠시 길을 잃은 것이라면, 무사히 보금자리로 돌아가길 기원하겠습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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