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경찰서가 4일 '외부 불순세력' 4명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 '외부 불순세력'은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자 주민들의 생존권 요구에 동참하고자 기꺼이 밀양으로 달려간 사람들입니다. 공권력에 맞서 힘을 합쳐주고, 밥도 해주고, 물도 나누고, 흐르는 눈물도 닦아 준 사람들입니다. '외부 불순세력'은 회사(재계)와 일부 보수언론이 만든 말입니다. 순진한 주민들을 꼬드기고 선동해 일을 커지게 만드는 세력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외부 불순세력'이라는 말의 역사는 참 깊습니다. 1970년대 수많은 노동자들의 파업 내지는 주민집회 현장때마다 정부와 재계가 레퍼토리처럼 써먹던 방법이었습니다. 외부세력 논란을 퍼트리는 이유는 공권력을 투입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함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대개가 60~70대의 어르신입니다. 자신들의 억울함과 그에 따른 항변을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지요. 계속되는 회유와 설득, 강압에 당해낼 재간도 실상 없습니다. 그럼, 그만 포기하고 참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가만 두면 곧 자신의 집 앞에 수십만 볼트의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는 데도요? 밀양의 '외부 불순세력'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송전탑을 세우려는 정부와 한전에 맞서 주민들과 함께 적극적인 항의를 해 온 사람들입니다. 생각만큼 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우리사회에서 그나마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양심 있고 용기있는 또 다른 '우리 국민들', '이웃들'에 다름 아닙니다. 정부와 한전은 당장 밀양과 우리이웃을 부당하게 옥죄는 일을 멈춰, 더 많은 양심있는 '외부 불손세력'들을 불러모으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T 1호
- 기자명 에코타이거
- 입력 2013.10.0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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