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배추값 내림세가 가파릅니다. 17일 산지 도매시장에서 배추 10kg(특)이 4,400원에 거래됐습니다. 전날 4,900원에 비해 10.2%떨어졌습니다. 무 값은 거의 폭락 수준입니다. 전날 1만4,100원에 거래되던 무 18kg(특)이 9,500원에 거래돼 32.6% 급락했습니다. 이렇듯 무,배추값이 떨어지면서 농가에서는 벌써부터 애써 키운 채소를 갈아엎어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한숨을 쉬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 배추 등 채소의 작황이 좋아 농산물 값이 싸지면 소비가 많아져 농민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 포기에 3kg 정도 하는 배추 원가는 많이 잡아봐야 480원, 농민들이 200평 기준으로 2,000여포기(5t트럭 한 대 분량)를 심는데 천만다행으로 모두 정상 성장한다고 쳐도 96만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유통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수확해봐야 손해가 나는 구조여서 출하를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수급조절도 하고, 직거래 활성화, 계약재배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하지만 장기적이고 체계화 된 대책이 아니다보니 매번 '헛 힘'만 쓰는 꼴이 돼버립니다. 농민들은 이 같은 무, 배추값 폭등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 상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폭등할 경우에는 농민들이 상한선 이상으로 값을 올리지 않을 테니, 반대로 값이 폭락한 경우에는 가격 하한선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를 해달라는 겁니다. 사실 '농산물 가격 상하한제'는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도입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정책입니다. 문제는 축산농가나 어가 등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점 등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상태지요. 이번에 채소값 폭락을 경험한 농민은 당장 내년 봄 배추, 무 재배면적을 줄일 게 확실합니다. 그럼 또다시 '금 배추'니 중국산 수입이니 하는 '채소 파동'을 되풀이 하겠지요. 농민들은 물론,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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