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설계수명 다하고 ‘연장 운전’, ‘폐쇄’ 기로…원전당국, 수명연장하려 ‘꼼수’

지난 2012년 11월20일 30년의 설계수명을 다하고 가동을 중지하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원전당국은 이 월성1호기를 10년간 더 수명을 연장해 계속 운전 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즉각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성1호기는 원전이 극한 상황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총체적 내구성 검사인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는 지난 대통령선거때 후보였던 박근혜대통령이 공약한 바에 따른 것이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작년 7월 월성 1호기에 대한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쳤고, 현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이 각각 검증단을 구성해 스트레스 테스트 내용을 검증하고 있다.

월성1호기는 1982년 11월에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에 들어간 가압중수로형 67만9천㎾급이다.

▲ 월성원전. 좌측 맨 앞이 월성1호기.
지난 2012년 11월 20일로 설계수명 30년을 모두 채웠지만 원전당국은 월성1호기를 추후 10년간 더 가동하고 싶어 한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27개월 동안 7천억원을 들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개선 작업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당국은 지난 2008년 30년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부품 교체와 정비를 거쳐 계속 가동하고 있는 고리원전1호기의 선례가 있을 뿐더러 같은 가압중수로형 원전을 사용하는 캐나다의 포인트 레프루 원전과 젠틀리 2호기도 연장 가동에 들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원전당국이 예를 들고 있는 캐나다의 포인트레프루 원전은 압력관뿐 아니라 터빈과 발전기 등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2차 계통까지 모두 교체했고, 젠틀리 2호기 역시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시설교체에 이어 연장가동에 들어갔지만 경제적 부담을 느껴 최근 폐쇄를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월성1호기는 캐나다의 '캔두형' 원전을 본따 만들었지만, 캐나다 원전은 냉각설비를 2개씩 갖추고 있지만 월성1호기의 냉각설비는 1개 밖에 없어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월성1호기의 잦은 고장도 연장운영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월성1호기는 운전 시작후 수명이 만료될 때까지 총 55건의 사고를 일으켰고, 설계수명 만료를 20일 남긴 2012년 10월 30일에도 고장으로 발전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운전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9년 12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월성 원전 1호기의 10년 수명연장을 신청,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받아가며 연장 운영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당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신청하며 안전성 확보를 위해 9천여 차례에 걸쳐 설비를 바꾸는 등 새 발전소처럼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월성 1호기는 건설 당시보다 안전하다"면서 "계속운전을 못하면 새시설을 폐기하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월성1호기의 연장 운영을 전제로 한 원전당국의 '꼼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는 셈.

원전당국의 이런 의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간검증단의 스트레스 테스트 내용 검증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11일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 검증단의 중간보고를 이유 없이 막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협의를 해온 민간검증단은 애초 회의 날짜였던 7일에 중간보고를 하는 것으로 제안받아 이를 준비해오고 있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에서 일방적으로 회의를 일주일 연기하더니, 14일로 예정된 민간검증단 중간보고 역시 ‘절차’를 내세워 사실상 막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민간검증단의 중간보고 내용에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안전성에 부정적인 표현이 있는 것을 우려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이 크다"며 "중요한 것은 수명 다한 월성 1호기가 다시 재가동하기에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것이고 판단의 근거로 제공되는 모든 자료는 공개돼야 한다"며 중간보고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아울러 "민간검증단의 중간보고서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토를 거칠 의무가 없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어디에도 안건 내용을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지 않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전당국의 이 같은 민간검증단 중간보고 연기문제와 관련해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절차상의 문제를 따지자면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신청하며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해당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여론 수렴 과정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원전당국이야말로 '결함'이 있다"고 성토했다.

한편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폐로시 공청회 등을 개최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해체시에도 주민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2012년 11월20일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낮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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