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 지진 안전성 평가가 과소평가돼 현재의 내진설계로는 발생 가능한 최대지진에 대해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환경운동연합과 김제남(정의당)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1호기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보고서(최종보고서)'에 월성1호기 부지에서 재현주기 1만년 빈도 수준의 지진은 수평지반가속도가 0,28g인 지진으로 규정하고 이 보다 높은 0.3g 지진을 평가기준으로 설정했다.

한수원은 이 기준에 따라 내진여유도를 평가한 결과 “월성1호기 부지에서 재현주기 10,000년 빈도 수준 지진을 초과하는 지진(0.3g)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해당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원안위에 '월성1호기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제남의원 등에 따르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작성한 지진위험지도에서 한반도의 동남부에 속하는 월성 인근은 4천8백년 재현주기만으로도 이미 0.27g의 최대지반가속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표시되고 있다.

또한, 보고서의 주기별 ‘지진위험지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에 맞게 1만년 재현주기로 분석한 결과, 대구와 월성의 최대지반가속도는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 0.3g보다 높은 0.41g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인 1997년에 소방방재청이 조사한 연구결과에도 월성지역은 0.32g이었다.

▲ 월성원전1호기(좌측 맨 앞).
이 같은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내진설계 0.2g인 월성원전과 신월성원전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홍보를 해 왔는데 이때 내진설계 기준은 다른 원전보다 지진재현주기가 낮은 4,000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1만년 빈도 기준보다 더 높은 최대지반가속도에 대해서 평가했고 월성원전 인근(1.8km, 5km)에는 활성단층인 읍천단층과 수렴단층이 있기 때문에 0.4g 보다 높은 최대지반가속도 기준을 세워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야 했다.

실제로 루마니아 체르나 원전은 1만년 빈도 최대지반가속도가 0.33g이나 0.4g까지 평가했고, 벨기에 티한지 원전은 1만년 빈도 최대지반가속도가 0.21g이나 0.3g까지 평가했다.

최대지반가속도 0.2g와 0.4g는 지진규모로 6.58에서 7.19 정도로 숫자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지진에너지 크기로는 6배 이상의 차이이며, 규모 6~7의 지진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우세하다.

사실이 이럼함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최대지반가속도부터 과소평가해서 지진 위험을 축소한 것이다.

이번 지진위험지도의 1만년 재현주기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 지반정보연구소 김성욱 소장은 “지진의 크기를 표현하는 진도와 규모는 정성적인 분류 방법으로 지질조건에 종속적이며,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 수치화된 최대지반가속도를 경험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경험식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며, 정성적으로 제시된 지진규모의 의미가 단순화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지진규모 6.58에서 7.19로의 커질 때 지진에너지 크기가 숫자로는 6배차이라고 단순히 표현되지만 지반과 시설물의 내구성, 한계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 “지진규모 4에서 두 배 커지는 것과 규모 6이상의 지진크기에서 두 배로 커진다는 것은 지반의 변위와 에너지 총량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한 후에 예상 가능한 지진을 넘어서는 최대지진 피해를 가정해서 원전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한수원은 예상가능한 최대 지진이 아니라 지진 위험을 오히려 축소하고 과소평가해서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했다”고 밝혔다.

김제남 의원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험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에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월성1호기는 지진위험지도상의 지진위험대에 위치하는 것이 판명됐다”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활성단층대에 위치하는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시켜서는 절대로 안되며, 월성1호기는 즉각 폐로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성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압중수로로 지난 2012년 11월 20일 30년의 설계수명을 다한 노후원전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2009년에 원안위에 수명연장을 신청했으며, 현재 심사가 진행중이다.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지진, 쓰나미 등 중대 사고에 대비해 한수원이 제출한 '월성1호기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보고서'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검증단에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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