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비롯해 4대강 전역에서 급속 확산…이상 발생 원인 놓고 논란 가열

금강에서 최초 발견된 데 이어 한강과 영산강, 낙동강 등 4대강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는 큰빗이끼벌레의 확산이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녹조와 4대강의 느려진 유속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생육이 어렵다고 강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불현듯 출현한 태형동물(이끼류 등)의 발생원인과 정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사이 지난 달 금강에서 최초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한 달도 안돼 2m 크기까지 자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6월 16일 처음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어른 주먹만한 크기였지만 9일 금강을 다시 찾았을 때는 큰빗이끼벌레 주변에 포자들이 들러붙어 거의 2m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했던 금강의 핵심 구간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며 "이는 금강이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호수, 즉 정체 수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 달이 채 안돼 2m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금강). 사진=환경운동연합 김종술
이들은 또 "강을 이대로 방치하면 녹조가 심해지고 큰빗이끼벌레가 더 많이 생겨나, 생태계와 수질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이라도 수문개방을 해서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처럼 환경단체가 큰이끼벌레의 확산이 느려진 강물의 속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유의미한 조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6~7일 4대강범대위,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현장조사단이 낙동강을 찾아 조사를 벌인 결과 낙동강의 유속은 평균 초속 6~14cm 정도로 나타났다. 일부 구간에서는 초속 2cm 정도로 유속이 거의 없었다.

조사단에 참여한 공주대 정민걸 교수는 "세계적으로 태형동물 4~5천 종 중에 바다에 사는 종이 많고 민물에 사는 종이 50종 정도 있다고 한다. 주로 물이 멈춘 저수지에 사는 것으로 (이런 것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4대강이) 저수지가 됐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실제로 금강에서 확인한 큰빗이끼벌레는 물의 흐름이 조금이라고 있는 곳에서는 크기가 작았으며 흐름이 멈춰있는 곳에서는 크게 번성하는 걸 확인했다"며 "녹조류나 박테리아를 먹고 사는 이들이 20도 이하로 수온이 떨어지면 바닥에 가라앉아 썩고, 나중에 물 위로 올라와 유기물로 변하면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수자원공사(K-water)는 10일 개최된 '생태계(큰빗이끼벌레) 대응 전담반' 대책회의에서 우석대 서지은 교수의 말을 빌어 "큰빗이끼벌레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나라의 강, 저수지 및 대형 호수 등에 서식했으며 청정수역부터 다소 오염된 수역에 출현하는 특성상 수질의 지표생물로 볼 수 없고 독성이 없으며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생육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는 그러면서 "큰빗이끼벌레 같은 수생태계 현상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사실을 밝히고, 필요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관계기관과의 협조, 전문가 참여, 체계적인 조사 및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방안을 찾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4대강 전도사'로 불리며 MB정권때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냈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도 11일 한 라디오매체에 출연해 "4대강 사업 바로 이전에 조사를 하니까 낙동강에서도 한 300개체가 나왔으며, 큰빗이끼벌레는 수질이 좋은 데도 살고 나쁜 데도 산다"고 강조하며 "큰빗이끼벌레의 원산진가 미국인데, 미국문헌을 조사해보니 미국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수질 정화 기능이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하더라"는 주장까지 폈다.

박 교수는 이어 "그게 무슨 말이냐면 물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먹어치우는 거다. 그러니까 녹조가 있을 때 이게 많이 나오는 거다, 먹어 치우려고"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환경부가 금강지킴이 등 인력을 이용해 큰빗이끼벌레 서식 확인과 퇴치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확인이 안 된 궤변일 가능성이 농후해 진 상태다.

환경단체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괴물'로 불리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분명한 것은 큰빗이끼벌레가 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강물에 전에 없는 크기로 급속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3년째 창궐하는 녹조에 이은 '악재'라는 것.

혹여 대재앙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조'는 아닐는지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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