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헤엄도 치지 못하는 조악한 수준 판명…4대강사업 불신 고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강물의 수질을 조사하기 위해 개발된 '생체모방형 수중로봇(일명 로봇물고기)'이 제대로 헤엄도 치지 못하는 등 장난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7억원의 관련자금을 지원한 산업기술연구회는 이 같은 '로봇물고기' 연구과제가 성공했다고 허위 발표했고, 계약과정에서도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등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회가 지난해 11월 28일 '로봇물고기 연구개발사업' 등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수행하는 R&D사업의 관리·운영 실태에 대해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지난 1∼3월 감사를 실시, 위법·부당사항 48건을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총괄연구기관)과 강릉원주대학교, 한국기계연구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3개 참여연구기관은 하천에 투입돼 온도, 오염도 등 수중정보를 취득하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생체모방형 수중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산업기술연구회로부터 57억원을 지원받아 2010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생체모방형 로봇시스템 개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생체모방형 로봇은 물고기 등 생물 형태를 본 뜬 로봇으로, 기존 프로펠러식 수중로봇에 비해 소음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2010년 본 연구과제를 수행할 당시 외국에서는 강·바다의 수질감시용, 군사용, 전시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개발돼 실증실험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학·연구소 등에서 연구·전시용 등으로 로봇물고기를 개발한 사례는 있으나 하천 등에서 실증·실용화 된 바 없고, 기술 수준도 영국, 일본 등에 비해 다소 낮은 상황이었다.

▲ 수중로봇 및 통합시스템 개발 개념.
'로봇물고기 연구개발사업' 감사 결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출한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유영속도 등 정량 목표 측정결과가 일부 누락돼 있었던 것을 비롯해 목표 수치도 속여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사원이 그동안 제작된 로봇물고기가 사업계획서상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직접 테스트한 결과 유영속도의 경우 1초에 2.5m를 헤엄쳐야 하지만 감사원 테스트에서는 23㎝밖에 나아가지 못하는 등 모두 불량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로봇물고기에 수온·산성도·전기전도도·용존산소량·탁도 등 5종의 생태모니터링 센서를 장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탁도 측정센서는 장착돼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테스트 도중 센서가 장착된 로봇 작동이 중단돼 전기전도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아예 측정이 불가능했다.

수중 통신속도·거리의 경우도 정량적 개발 목표치는 속도 4천800bps, 거리 500m였으나 수중통신모듈을 로봇물고기에 탑재, 실환경에서 테스트 한 결과 이에 훨씬 못미치는 200bps, 50m로 각각 시연됐다.

이 밖에 위치인식오차의 경우 실제 수중으로 이동했을 때는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군집제어나 위치인식 등 다른 정량목표 역시 그동안 제작된 9대의 로봇물고기 가운데 7대가 고장난 상태여서 성능을 확인 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기술연구회는 개발이 완료된 뒤 최종평가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는 생산기술연구원이 제출한 최종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로봇물고기에 대해 연구목표 달성도(40점), 기술적 우수성(40점), 경제적 우수성(20점) 등을 평가해 86.2점을 내리면서 이 사업이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기만극을 연출했다.

산업기술연구회는 또 '생체모방형 로봇시스템 개발'에 들어간 연구개발비도 부실하게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괄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로봇물고기 연구책임자가 연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수중로봇 금형 작성을 계획하고 이를 위해 허위 서류 작성을 해가며 민간업체와의 계약에 8,900만원의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했지만 해당 금액을 회수하지도 국가연구 개발사업 참여 제한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검증결과에 대해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연구과제 성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에 평가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며 산업기술연에 로봇물고기 연구과제 재평가를 요구하고, 연구책임자를 포함한 생산기술연 연구원 2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청했다.

한편 로봇물고기 연구개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4대강과 그 지류 등에 보와 댐을 설치, 정비하는 내용의 4대강 사업을 추진하다 수질오염 등의 논란에 휩싸이자 대안으로 제시, 수행해온 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3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개발된 로봇물고기가 수질조사는 커녕 작동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엉터리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나며, 4대강사업에 대한 불신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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