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10~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사고시 속수무책…“면진동 의무화해야”

혹시라도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사고를 수습해야 할 비상대책본부는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

원자력발전소의 비상상황에는 주제어실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과 수리와 정비를 담당하는 인원이 머무를 수 있는 방이 원전 지근거리에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 처럼 현장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비상대책본부가 원전으로부터 10~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면?

사고 수습은 커녕 최악의 사고로 발전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게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나라 비상대책본부는 모두 원전으로부터 10~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전국 방사능센터 현황과 원전으로부터의 위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원전 사고 시 사고를 수습하는 비상대책본부가 원전으로부터 10~15km 떨어진 방재센터에 있어 사실상 원전 사고 수습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건물이 파손되는 사고 시 반경 1km부터 거주하는 주민들은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지만 비상대책본부는 10km 밖에 떨어진 채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꼴이 되는 셈.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비상대책본부가 원전 부지 현장인 ‘면진동(지진을 면하는 건물)’에 기거하면서 최악의 사고로 악화되는 것을 막고 사고 수습활동을 벌인 것과 대비된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에 이 시설을 의무화시켰지만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검토단계 수준이다. 

면진동은 지진을 견딜 수 있고 필터가 장착돼 방사성물질을 거를 수 있어 원전 부지가 방사능에 오염되어도 실내 대피가 가능하다.
 
원전 건물과 독립된 비상발전기가 있어서 정전이 되어도 전기공급이 가능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책임자와 사고를 수습하는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복구작업을 위해 파견된 외부인들도 거주할 수 있다.

사고 수습 인원은 물론 외부 지원 인력까지 여러 날 머물 수 있는 비상식량과 식수가 있고 숙소가 마련돼 있다.

원전 사고 시에는 부지 전체가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역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면진동에 대기하면서 피폭량을 고려해 30분~몇 시간 단위로 수시로 교체 투입된다.

▲ 울진현장지휘센터 위치.


이런 면진동은 2007년 일본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에서 지진으로 인한 화재와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 뒤에 권고사항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2년 7월부터는 전 원전에 의무사항이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마련된 50개의 후속대책에는 이 같은 사항이 빠져있다.

현재 원전사고시 이를 수습해야 할 비상대책본부가 거주하는 건물은 하나 같이 원전에서 10~15킬로미터 밖에 있다.

10km 밖에 비상대책본부가 위치한 이유는 원전 사고 시 높은 농도의 방사능 오염은 10km안에 머물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의원은 "10km 밖에서는 현장 사고 수습을 위한 교체 투입 등 실질적인 작업을 하기 어렵다"며 "세월호를 빠져나간 선장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의 공포는 크다. 그러나 무방비로 방사능에 노출될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원전 사고 시 콘트롤 타워인 비상대책본부가 지근거리에 위치해 사고를 수습하는 것은 의무"라며 "면진동을 원전 부지별로 마련하는 것과 함께 일상적인 사고 대응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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