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기 세관균열 가동 중단된 3호기의 2배…“땜질처방 말고 종합대책 세워야”

지난 17일 증기발생기 세관 균열로 한빛원전 3호기가 가동을 멈춘 가운데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한빛 4호기 세관의 균열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증기발생기 세관 균열은 한빛원전 3, 4호기 뿐만 아니라 동일 기종·재질을 사용하는 울진원전 3, 4호기에서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면밀한 조사와 함께 종합적인 관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가동원전 증기발생기 관막음내역 및 교체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빛 4호기의 세관 균열은 지난 17일 이미 가동 중단된 한빛 3호기보다 2배가량 많으며 균열이 발견되는 속도도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홍 의원에 따르면 17일 가동 중단된 한빛 3호기의 경우 증기발생기 16,000여개 세관 중 450여 개(2.78%)에서 균열이 발견돼 관을 막아놓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한빛 4호기는 795개(5.16%)의 세관을 막아 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관막음은 용접 등 정비가 불가능한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경우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정비조치로, 한수원은 원전별로 관막음률을 각각 관리하고 있으며 관막음 허용률이 8%를 넘으면 원전을 가동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특히 한빛 4호기의 증기발생기 관막음률은 올 3월 계획예방정비 후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6년 준공 이후 한빛 4호기의 관막음은 2012년까지 388개(2.56%)였지만 올 3월 예방정비에서 407개의 관을 추가로 막으며 795개(5.16%)로 급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지금껏 균열발생에 대한 근본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균열이 급증하자 ‘허용 관막음률’을 기존 8%에서 18%로 완화해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한빛(영광)원전 3, 4호기.
문제는 증기발생기 세관에 균열이 이 처럼 '땜질 처방'만으로 모면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에서 나온 열을 증기로 바꾸는 장치다.

이 증기발생기 세관에서 균열이 발생할 경우,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외부로 유출될뿐만 아니라, 심각할 경우 냉각수와 완전히 빠져나가는 냉각재 소실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같은 재질을 사용하는 미국의 한 원전의 경우 증기발생기 균열보다 더욱 심각한 원자로 냉각수 누출사고가 발생한 바 있고, 스웨덴에선 1990년대부터 문제를 직시하고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등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시민단체 에너지정의행동은 이 같은 증기발생기 세관 균열의 원인에 대해 울진원전 3, 4호기와 한빛원전 3,4호기 주요부품에 동일하게 사용된 인코넬 600 재질 결함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 건설된 원전에서 널리 쓰이던 인코넬 600은 당시에는 획기적인 재질로 인정받았으나, 높은 방사선과 열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균열 등 결함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인코넬 690 등 다른 재질로 교체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한빛 3호기는 증기발생기 이외에도 원자로 헤드에도 균열이 발생해 지역주민들과 한수원, 정부가 공동으로 문제를 검증하고 보강하기도 했는데, 이때 역시 문제가 되었던 재질이 인코넬 600이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우리나라는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당 부품을 정비·교체 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인코넬 600 재질이 사용된 전체 재질에 대한 종합관리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문제를 알면서도 사고 위험을 방치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한빛 3, 4호기의 증기발생기 상태에 대해서는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며, 이들 외에도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핵발전소의 인코넬 600 재질 사용 현황에 대해 명확한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이 함께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홍일표 의원 역시 "이미 동일한 문제가 반복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원전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임기응변, 땜질식으로 처리하는 한수원의 행태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허용 관막음률을 올려 안전기준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한빛 4호기 균열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빛 3호기는 지난 증기발생기 이상으로 지난 17일 새벽 출력 감발조치에 들어가 당일 02시 09분 가동을 완전히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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