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몰아주기, 모든 노후원전 수명연장 담은 ‘7차 전력계획’ 정부안 ‘파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중인 박근혜 정부가 경북 영덕에 신규원전 4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소식이 16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오는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원전 9기를 모두 수명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지며 야당과 시민단체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계획으로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한번씩 수립하도록 정해져있다.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지난 2002년 명칭을 변경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타 에너지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합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상호보완관계인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과 ‘원자력연구개발계획’ 등과의 관계도 고려해 수립돼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장기전력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오는 2029년까지 15년간의 중장기 전력수급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애초 지난해 수립·발표돼야 했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6개월 이상 지연된 현재까지도 노후원전수명연장, 에너지믹스,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 수용성 등 여러 문제가 민감하게 얽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16일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산업부가 삼척에 짓기로 했던 삼척(대진) 원전 2기를 유보하고, 영덕에 2029년까지 4기의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며, 이는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원전 9기를 모두 수명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7차 전력계획이 많은 논쟁꺼리를 양산하고 있는 데다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돼 있는 까닭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공동위원장 김제남·조승수)는 논평을 통해 "만약 보도대로라면 2029년까지 우리나라에는 총 32기(가동 중 원전 24기, 건설 중 원전 4기, 영덕 4기 추가)의 원전이 가동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최근 국민여론과 전력수급 추이를 살펴볼 때, 박근혜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누구를 위한 전력정책이며, 누구를 위한 원전확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아울러 "삼척에서 거부한 신규원전을 일방적으로 영덕지역에 몰아 놓는다는 발상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지난 1월 경북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영덕군민의 51.8%가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영덕군의회는 원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원전재논의와 주민투표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영덕군이 2015년 편성한 원전지원금 130억 원도 삭감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영덕군민을 호갱으로 보지 않는다면 나와서는 안 될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성명을 내고 "최근 전력수요 증가율이 급감하고 있고, 2020년대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등 그간 6차 전력계획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GDP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GDP가 늘어남에도 전력수요 증가율은 줄어드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핵발전소를 모두 수명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모두 추진하는 안이 나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움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2020년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동결하고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탈핵의 길로 우리사회가 접어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기회를 맞아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이번 정부안은 영덕군의회가 오는 3월 경에 TV 토론과 여론조사를 예정하고 있으며 주민투표도 합의한 시점에서 신규원전 부지로 지정된 삼척시의 원전 반대 여론과 탈핵시장의 당선이 영덕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정부가 정부계획으로 못을 박아버리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러면서 "아무리 곳곳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1970년대 박정희 독재시대에 4개의 원전 부지를 폭력적으로 결정했던 시대와는 엄연히 다른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정부는 폭력과 돈으로 국민을 탄압하지 말고 열린 장으로 나와서 토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9일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사전평가’ 보고서를 통해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를 폐로해도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면 계통연계 가능성이 낮은 설비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할 것을 주문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회 예산처는 이에 대해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 원자로 설비용량이 각각 587㎿, 679㎿로 현재 건설 중인 원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데다, 지난 2013년 수립된 6차 전력계획에서 불확정설비였던 평택 3단계 복합화력발전 설비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처는 아울러 앞서 6차 계획에서 전망한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고 전기요금이 예상보다 상승한 점, 원전안전비용과 송변전주변지역지원비용, 유연탄 과세 및 온실가스 감축비용 등 전기요금 상승요인을 감안하면 향후 전력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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