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보·강천보 등 세 곳서 실지렁이 발견…“급격한 수질 악화 원인 조사해야”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한강의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심하게 오염된 하천에서나 볼 수 있는 실지렁이가 발견돼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9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8일 '4대강 독립군 특별 탐사보도팀'의 현지 취재 결과 한강 이포보와 강천보 등 세 곳에서 실지렁이가 발견됐다. 이 지역은 4대강 사업 이전에 고운모래톱과 여울이 형성돼 있던 곳이며 수도권 주민 식수원으로 이어지는 장소다.

실지렁이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수생태건강성평가기준 D등급에 해당하는 지표종이다.

환경부에서는 D등급인 4급수는 오염된 강물이고, 수돗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약품처리 등 고도정수처리 후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여주시 상백리 이포보 상류 4~5km지점의 남한강에서 발견된 실지렁이. 사진=환경운동연합
4대강 독립군 특별탐사보도팀이 이항진 여주시의원의 안내를 받아 처음으로 조사한 곳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이포보 상류 4~5km 지점.

겉으로 보기에 물은 맑아 보였는데, 삽을 들고 물속으로 2m가량 들어가자 발목까지 펄이 쌓였고, 단 한 번의 삽질로 새끼손가락 길이의 실지렁이가 무려 20여 마리가 끌려나왔다.

이어 비교적 유속이 빠른 이포보 하류 500m 지점으로 이동해서 2차 조사를 벌였지만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실지렁이가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인 강천보 상류.

가슴팍까지 잠기는 물속으로 들어가자 자갈과 모래가 사라지고 펄 흙의 감촉이 느껴졌고,  강변에 한 삽을 퍼놓고 악취가 진동하는 펄 흙을 뒤적이자 어김없이 실지렁이가 나타났다.

안내를 맡았던 이항진 의원은 "이곳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새들이 날아들 정도로 꼭 보존해야 할 지역이다. 4대강 사업 초기에 이곳을 찾았던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강물을 떠서 드리고 나도 그냥 마셨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4급수에 서식하는 실지렁이를 보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한강의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실지렁이가 발견된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라며 "수자원공사의 말처럼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실지렁이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대량은 아니었다. 삽을 뜨는 족족 실지렁이가 발견되는 것은 보가 완공되고 나서 강의 수질이 악화되고 강바닥에 저질토가 형성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생태계와 상수도의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며 "시민의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밀조사를 실행해야 하고 필요하면 민관학이 함께 공동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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