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에 걸친 식물다양성 조사결과 720종의 관속식물 분포 확인…“체계적 보전”

강원도의 석호(潟湖)가 멸종위기 식물 및 희귀식물의 보고(寶庫)였음이 6년에 걸친 식물다양성 조사결과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관장 백운석)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화진포호 등 강원도 석호 17곳의 식물상(植物相, Flora)을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 6종을 포함해 720종류의 관속식물이 분포한다고 22일 밝혔다.

석호는 파도나 해류의 영향으로 하천의 하구나 만(灣)이 모래로 막혀서 생성된 자연호수로, 바다와는 분리돼 형성된 호수이지만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있는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석호는 하천의 유입으로 점차 염분이 적어지고, 주변의 식물에 의해 소택지(沼澤地)화 돼 중국에는 육지화 되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나라 석호의 대부분은 강릉 이북의 해안에 많이 발달돼 있다.

▲ 경포호.
이번 조사 대상 강원도 석호 17곳은 화진포호, 선유담, 송지호, 천진호, 봉포호, 봉포습지, 광포호, 영랑호, 청초호, 가평리습지, 쌍호, 염개호, 군개호, 포매호, 향호, 순포호, 경포호 등이다.

이들 석호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 6종은 각시수련, 갯봄맞이꽃, 조름나물, 제비붓꽃, 순채, 가시연이다.

각시수련, 갯봄맞이꽃, 조름나물, 제비붓꽃 등 4종은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자생지가 각각 1곳씩 추가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채집 기록이 없던 기름당귀, 새방울사초, 천도미꾸리광이 등 중국 동북부나 러시아 극동의 고위도 지역에 분포한다고 알려진 북방계 희귀식물도 다수 발견됐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갯활량나물, 대구돌나물, 털연리초 등 다양한 종류의 희귀식물도 발견됐다.

▲ 사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까실가새쑥부쟁이(미기록식물), 갯활량나물(북방계 희귀식물),부채붓꽃(EN, 위기종), 들통발(VU, 취약종).
특히 검정납작골풀, 기름당귀, 까실가새쑥부쟁이, 나도송이고랭이, 새방울사초, 선물수세미, 제비붓꽃, 천도미꾸리광이, 큰뚝사초, 통발 등 10종의 자생 식물은 국내에서 강원도 석호 지역에서만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강원도 석호에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라는 이유에 대해 과거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의 이동과 소멸과정에서 특수한 환경조건을 가진 석호가 북방계 식물의 피난처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석호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汽水)의 특징을 가지며, 연중 안정된 수위가 유지되어 다양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석호별로 자생하는 식물의 종류는 화진포호가 344종류로 가장 많았고 영랑호 312종류, 송지호 291종류, 경포호 281종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화진포호, 영랑호, 경포호 등 면적이 넓은 석호가 서식 환경도 다양하므로 면적이 좁은 석호보다 많은 종류의 식물이 살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생물자원관장 백운석 관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간 총 109회의 현지 조사를 통해 강원도에 분포하는 모든 석호에 대한 식물다양성 조사를 실시했다”며 “강원도에 분포하는 모든 석호에 대한 식물목록이 완성된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일 뿐만 아니라, 식물목록에 대한 증거표본까지 제시돼 있어 학술적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병윤 식물자원과장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강원도 석호의 체계적인 보전과 복원을 위해 생물학적인 기초 자료 제공, 식물종 증식 방안 마련 등 지속적인 노력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는 최근 동해안 석호 4개소에 대한 ‘습지보호지역’지정에 착수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석호는 △강릉시 운정동 경포호와 가시연습지 일대 약 1.3㎢, △사천면 순포호 일대 약 0.06㎢, △양양군 손양면 쌍호 일대 약 0.1㎢, △손양면 가평리습지 일대 약0.01㎢로 총 4개소에 약 1.4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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