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엽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용문사 부속 어린이집의 교사이면서 백구 세 마리와 사는 스님이 이들과 어울려 살면서 배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진불이라 불리는 어린이, 천진불과 다름없는 개와 함께 일상을 살다보니 저자는 오히려 그들을 통해서 생명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고 배우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저자는 불교 수행자이지만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적인 삶의 진리에 대해 말한다.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함을, 생명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줄 수는 없음을,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이지 자상하게 들려준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백구들,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지구에서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삶, 이별, 인연, 행복, 인간다움, 생명 등 각 이야기의 주제가 쉽지 않지만 어린이, 개와 함께 하는 일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기 때문에 글은 유쾌하고 따스하고 아름답다.

물론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이 쉽게 열리는 것은 우리가 바쁘고 불편해서 일부러 외면하고 잊고 살았지만 이미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개.똥.승.』은 저자가 개똥 줍는 스님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다.

책이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저자는 출가 후 백구 선우와 인연을 맺는다. 보호소의 불쌍한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선우에게 임신을 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어느 날 덜컥 임신을 하게 된 선우는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스님의 태교, 출산과 육아 도우미 역할은 늘 어설퍼서 좌충우돌인데 그 이야기가 은근히 재밌다. 또한 쑥쑥 자라난 개들은 근사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고 어린이집 어린이들과 배움을 주고받는다.

천진불인 어린이와 개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나와 다른 생명을 존중하며 사는 방법,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진리는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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