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암 노드하우스 지음, 한길사 펴냄

『기후카지노』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후변화 경제사상가가 오늘날의 핵심 환경문제를 경제학과 정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교토의정서 같은 초기 정책들이 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늦추는 데 실패했는지, 새로운 접근법은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정책수단이 배출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를 새롭게 분석한다.

 
2015년 4월 22일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원의 40%는 지구온난화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민주당원 또는 진보 진영의 58%는 지구온난화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심각한 위협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무엇이 팩트인가?

『기후카지노』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북극곰의 집이 없어지고 있어요” 식의 감상적 접근보다 과학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그 영향이 인간 생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임을 여러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여준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농업, 인간의 건강, 해수면 상승, 야생동식물 종의 감소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 피해 규모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왜 지구온난화 관련 정책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는가?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은 “중요한 건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은 경제다.

지구온난화 정책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 간 견해차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사회복지 확대라는 양당 간 경제정책 차이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교토의정서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정책의 경제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감축비용을 매길 때 소득의 몇 퍼센트가 적정한가, 그것에 따른 효과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구가 탄소배출 때문에 온난해지고 있다는 것과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탄소세 부과, 총량배출거래제 등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팩트’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정치 때문이다.

2009년 코펜하겐회의에서 ‘지구기온 상승은 2도 이하여야 한다는 과학적 관점’에 합의했다. 그런데 이 2도 목표치는 놀랍게도 과학적이지 않다.

정치는 과학을, 과학은 정치를 참고하여 결론을 내린 타협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제정책 차이와 맥을 같이한다. 공화당의 신자유주의, 민주당의 사회복지 확대 정책이 기후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또한 교토의정서가 실패한 이유는 국가 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노드하우스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이 점을 주목하면서,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을,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관점에 따라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면, 앞날은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른다.

기후카지노에서 어떤 수가 나올지 모르는 주사위를 던지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다음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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