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안토니오 하우레기 외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스페인의 사상가이자 신랄한 사회 분석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하우레기가 초고를 작성하고 사망하자 사회정치학자인 그의 아들 에두아르도가 내용을 보충하고 다듬어 만든 책이다.

인간이 잔인하게 군림하는 세상이 아닌 모든 생물이 통합된 공동체를 바라는 내용으로,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희곡 형식의 우화지만 어느 르포 형식의 글보다 현실적이고 깊게 환경, 생태학,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은유보다는 직설에 가깝다.

지구상의 동물이 밀림에 모여 특별한 재판을 연다. 동물을 비방·중상하고, 학대하고,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이 재판장에 선다.

검사인 코브라 칼리는 살모사 혀로 인간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를 낱낱이 밝힌다. 인간의 친구이자 변호인인 개 필로스는 쏟아지는 비난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한다. 다양한 동물 대표는 법정에서 인간의 범죄를 증언한다.

비방과 중상에 시달리고, 인간 혀끝의 즐거움을 위해 공장의 상품이 되고, 조련당하고, 쇼를 하고 동물원에 갇히고, 죽을 때까지 싸우고, 어이없는 실험에 이용되고, 멸종의 위기에 처한 동물…

자연의 법칙을 깬 인간에 대해서 동물들은 할 말이 많다. 과연 인간은 이 재판에서 유죄를 면할 수 있을까?
 
마침내 재판장인 부엉이 솔로몬이 이 기묘한 재판의 판결을 내리는데….

현대의 인간은 더 이상의 진화는 없는 것처럼, 인간이 진화의 정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 지난 어느 시대보다 동물에게 더 많이 의존하며 살고 있다. 먹고, 입고, 쓰고, 즐기는 수많은 것을 동물에게 기대는 있으면서 감사는커녕 그 과정이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그래서 어쩌면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이 이 시대의 인간을 바로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른다.

이 책이 바로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을 동물들이 심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인간은 과연 유죄일까, 무죄일까.

지금까지 인간과 동물의 어긋난 관계에 관한 책은 많았다.

이 책도 이전 책들과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달 방식을 달리했다.

세상에 거의 모든 동물이 등장하고, 말하고자 하는 모든 동물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난장에 집중한 책. 인간 동물뿐 아니라 비인간 동물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간의 주장이 아니라 동물의 입으로 확인하는 특별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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