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향 지음, 자연과생태 펴냄

『섬마을 산책』 은  위태롭게 삶의 시소를 타던 저자가 20대 끝자락에 섬을 찾아 느낀 점을 적은 여행에세이다.

우리 섬 열 곳을 걸으며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자분자분 풀어냈다.

 
섬은 바닷길을 건너야 하지만 하늘길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고, 뭍과는 삶의 터전 자체가 달라 지긋지긋한 일상과는 다른 풍경 속을 거닐 수 있다.

저자는 보는 순간 마음속 응어리마저 느즈러지는 증도 갯벌, 에메랄드빛 두 팔을 벌려 한달음에 달려오는 추자도 파도, 알록달록한 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매물도 마을 사이를 걷는 사이 터널 끝 희미한 조명등 같은 내일에 대한 불안도, 칼바람 같은 현실에 베어 핀 열꽃도, 철옹성 같은 사회에 주눅 들어 흘린 눈물도 서서히 잦아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여정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사실 ‘섬’이 아니다. 질버덕한 삶을 버티고 선 두 발로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줄 곳을 찾아다녔다는 점이다.
 
참 쌀쌀맞은 현실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치이는 청춘에게 절실한 곳 역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아주 먼 곳이 아니어도,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 아니어도 고단한 오늘은 잠깐 잊고 느릿느릿 걸으며 다시 내일로 나아갈 용기를 채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섬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겨울밤 등대 불빛처럼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줄 나만의 ‘섬’ 하나 찾아봐야겠다"고.

아울러 저자는 흔들리는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놈의 현실이 아무리 난폭해도 지지 말고 꿋꿋이 그대의 길을 가라고. 더디 가도, 돌아가도 좋으니 포기하지는 말라"고.

한편 저자 노인향은 구수동 작은 출판사에서 자연과 생물, 여행에 관한 글을 다듬고 옮기고 쓰며 지낸다.

지은 책으로는 『자연생태 개념수첩』, 옮긴 책으로는 『북유럽 작은 살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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