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파인 지음, 논장 펴냄

동물을 위해, 인간을 위해,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위해 더 늦기 전에 말하는 동물 복지!

이 책『용감한 닭과 초록 행성 외계인』은 인간과 음식과 (그 재료가 되는) 동물의 관계 설정을 예리한 통찰로 정리하는 민감하고 지적인 작품이다.

 
장애, 왕따, 편부모 가정 등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지만 억지로 감동을 짜내거나 어설픈 미화 없이, 때론 시니컬하게 하지만 언제나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가 앤 파인.

『용감한 닭과 초록 행성 외계인』은 소재부터 전개 방식까지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다.

허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는 작은 우리에서 “인간은 우월한 존재”라는 공허한 외침을 되풀이하며 울부짖는 사람들.

사뭇 처절하기까지 한 이 모습을 보고 닭의 내부에서는 두 가지 감정이 격렬히 부딪친다. 하나는 인간에 대한 복수, 다른 하나는 고통을 겪는 다른 존재에 대한 연민. 어느 감정이 승리할까?

제마는 학교에 오자마자 못 알아들을 괴상한 얘기를 늘어놓는 짝꿍 앤드루가 이상하기만 하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푹푹 먼지 날리는 책을 툭 던지더니, ‘닭’이 줬다고 우기지를 않나, 닭이 자신의 훌륭한 책을 꼭 읽히려 작심했다며 식식거리지를 않나?

낡은 부대 자루로 싸인 그 책은 부리에라도 쪼인 것처럼 나달나달한 귀퉁이에 닭발로 긁은 것처럼 뾰족한 글씨에……

그야말로 닭스러웠다.

그러자, 갑자기 제마도 앤드루를 믿게 되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둘은 닭이 준 책 『골 천지 농장의 실화』를 읽어 내려간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센 밤, 창문 하나 없는 닭장 안으로 정체 모를 불빛이 비친다.

꽉 막힌 축사에 처음으로 빛과 바깥 공기를 가져다 준 자들은 바로 초록 행성에서 온 외계인! 초록 외계인들은 서둘러 닭들을 내보내고 닭장에 다른 식재료를 채우려 한다.

뜻밖의 행운에 닭은 난생처음 세상을 마주한 기쁨, 깃털을 흩트리는 바람과 질척한 진흙의 감촉과 으르렁대는 폭풍 소리에 한껏 취하고, 아주 우연히 외계인들의 계획을 알게 된다.

초록 외계인들은 그 좁아터진 닭장에 인간들을 사육해 ‘인간 요리’를 해 먹을 생각이다.

외계인들의 식재료는 바로 ‘인간’이었다!

한 순간도 ‘생명’으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존재였던 닭은 가해자인 인간을 위해 간청하고 설명하고 논쟁하며 초록 외계인 설득에 최선을 다한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생태계에서 인간이 ‘우월한’ 존재인지, 도구 문명을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종의 자연 수명을 좌지우지해도 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닭은 초록 외계인들과 다를 것 없는 우리 ‘지구인’에게 작가가 보낸 전령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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