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 페달 지음, 열매하나 펴냄

어느 날 전기가 끊긴다면? 그 상황이 한두 시간을 넘어 하루 이틀 이상 지속된다면 어떨까?

텔레비전을 볼 수 없거나 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는 정도는 아주 작은 불편에 속할 것이다.

당장 냉장고 속 음식은 모두 상해 버리고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아찔한 상황이 닥친다. 설상가상 가스와 수도 사용까지 불가능하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여기 자발적으로 전기와 가스, 수도가 없는 생활을 찾아 나선 청년 부부가 있다.

이들은 장흥 동백숲으로 들어가면서 비닐과 플라스틱 같은 석유 제품을 비롯해 합성섬유로 만든 옷까지 다 비워내고 살기로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환경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듯,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며 도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동백숲 부부는 온몸으로 그 고민 속에 뛰어들었다.

운명처럼 두 사람은 서울을 떠나 전라남도 장흥의 깊은 숲 속 작은 집으로 향한다. 

전기, 수도,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흙집에서 지게질과 도끼질, 농사와 옷 짓기, 화덕으로 요리하기, 장 담그기, 냇가에서 빨래하기 등등 평생 학교와 도시에서 배운 적 없는 생활 방식을 익혀 나간다.

몸은 힘들었지만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고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일상을 통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자유를 만끽했다.

‘생태적 삶’이라고 하면 불편하고 절제된 생활, 그것을 추구하는 까다로운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하얼과 페달은 자신들이 ‘욕망을 줄인 것이 아니라 욕망의 방향을 바꿔’ 더 큰 호사를 누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이상한 틀에서 벗어나도 아무렇지 않게 행복한 자신들을 발견한다.

하얼과 페달이 만난 가장 생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사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분들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기존의 시스템이나 전문가에게 먼저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손과 이웃들의 힘으로 만들고 먹고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갔던 어른들을 만나고, 떠올리며 두 사람도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태적 삶과 지식은 낯설고 새로운 것이 아닌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와 경험임을 깨닫는다.

한편 이 책의 저자 하얼은 귀농이나 귀촌의 'ㄱ'자도 모르는 뻣뻣한 서울아이 출신 도시남이다. 그리고 페달은 어릴 적 산과 들을 마음껏 뛰놀던 시골아이 출신 도시녀다.

두 사람은 2011년 전남 담양을 거쳐, 장흥 동백숲 속 작은 집에서 "전기 대신 달빛을! 수도 대신 샘물을! 가스 대신 아궁이를!" 외치며 아옹다옹 6년을 살며 이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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