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규 엮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대폭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크게 늘리는 흐름 안에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높아진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 의존을 탈피하려는 범지구적 저탄소화 움직임 등이 반영된 까닭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성은 한국의 에너지 수급 체계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확보보다는 환경친화적이고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독자로 하여금 이제 막 에너지 전환 시작 단계에 선 한국의 적절한 에너지 전환 모델을 구상해보게 한다.

우리나라가 그간 에너지를 어떻게 운용해왔고 어떤 모델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일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노르딕 지역과 독일, 중국 등 ‘에너지 전환 선진국’들의 사례를 꼼꼼히 살피면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을 짚는다.

또한 에너지 정책과 산업을 둘러싸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들을 조명하며 한국 에너지 전환 담론의 최전방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기존의 에너지·환경 도서는 에너지 담론의 큰 흐름과 선진 사례들을 개괄적으로 살피는 차원의 내용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 책은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소를 필요로 하는 화석연료나 원자력 의존이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했던 점을 분명히 짚으며 결을 달리한다.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실제로 국내외에서 시행된 여러 사례를 통해 지역 단위 에너지 시스템의 의미와 진행 상황을 짚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하나줄이기와 에너지 자립 도시에 관한 자세한 논의,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 프로슈머 수익 모델, 연료전지 모델을 다루는 부분에서 독자들은 에너지 전환 흐름의 생생한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또한 정당들의 에너지 공약 변천사와 현황을 알아보고, 재생에너지 개발원조 정책의 현황을 검토하는 등 에너지와 관련한 복지, 경제, 안보, 환경, 외교 차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도 조명한다.

특히 유권자들의 이견이 두드러지지 않는 ‘합의 이슈’인 환경 문제와 그 속에서 찬반양론이 첨예한 ‘대립 이슈’로서의 원자력 문제, 정작 선거 과정에서는 표면적으로만 다뤄져 온 에너지 정책의 역사, ‘탈원전’과 ‘탈핵’ 등에서 독해되는 이념적 방향성과 그로 인한 정치사회적 고려 사항들, 재생에너지 원조 정책에서 두드러지는 산업과 기업의 각종 이해들을 접하며 독자들은 에너지 전환 문제를 둘러싼 입체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분야의 저자들이 합심해 한 권의 책을 엮어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에너지 연구, 에너지 산업 분야는 물론 기후, 정치, 환경 분야 등에서 힘을 쏟고 있는 저자들은 각 분야에서 다뤄지는 에너지 쟁점들을 꼼꼼히 살핀다.

전문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쟁점의 발단과 전개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어 에너지 현황이 궁금한 전문가는 물론, 그간 에너지 쟁점을 독해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도 좋은 입문서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편 저자 김연규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터프츠대학교(국제관계학 석사), 퍼듀대학교(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고,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아울러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