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진 지음, 비타북스 펴냄

텔레비전 광고에 ‘용기맨’이 등장했다.

크기별 다회용기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새로운 소비 형태를 제안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에이, 불편해도 해야지.”

 

30초짜리 광고에서 보여주는 용기맨의 실천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의 일환이다.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움직임, 그러니까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누군가는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묻고, “일회용품 줄이기, 꼭 나까지 해야 해?”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저자는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얼핏 알고 있더라도 선뜻 마음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누구 못지않게 소비 지향적인 삶을 살았던 보통의 존재, 하지만 어느 날 이 청년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지구’가 끈끈히 이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환경에 진심인 소수가 됐다. 그렇다고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지구에 보탬에 되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비건을 실천하면서도, 지구에 해를 덜 입히는 세제나 샴푸를 사용하다가도,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를 실현하다가도 자주 고비가 찾아왔다.

때마다 넘어졌고 적당히 타협했다. 그럼에도 죄책감을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결국 사회로 연결된다는 일말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는 좌충우돌 초보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으로 삶의 작은 부분을 실천하는 14인을 만났다.

◇‘일회용품 줄이기, 나까지 해야 해?’라고 질문하는 이들에게
줄이는 삶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보다 미흡하게나마 유지하는 편이 지구에 훨씬 이롭다. 초보 제로웨이스트 실천가인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헤맸다.

개인의 영역에서 뭐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과 절실히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한 14인의 일상을 듣고 있노라면 왜 줄이는 삶을 택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줄여 나가야 하는지가 대충 그려진다.

사회와 환경, 개인의 구조를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개인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도 일러준다.

◇생태적인 삶은 덜 쓰는 방향에서 온다!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에 실린 14인은 여전히 ‘연결’을 이야기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말하기에 앞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주장한다.

비건, 미니멀리스트, 식물지리학자, 축제 기획자, 농부시장 기획자, 상점 운영자, 클린업 활동가,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이들 중 누군가는 실제로 쓰레기를 주웠고 누군가는 땅의 회복을 위해 대형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편리함을 포기했다.

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한 사람도 있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기를 끊은 이도 있다.

평범한 주부는 소비를 줄이고 살림을 비웠으며, 한 셰프는 채식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 중이다. 연결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줄이니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조금 먼저 줄이는 삶을 시작한 이들의 웃음 속에는 경제적 풍요가 줄 수 없는 어떤 여유가 안착해 있다.

◇제로 웨이스트가 어렵다면 ‘다운 웨이스트’부터
14인의 인터뷰이와 저자가 똑같이 하는 말이 한 가지 더 있다.

나름의 방식으로 채식을 하고 에너지를 아끼고 플라스틱을 덜 쓰는 생활을 하면서도 이들은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완벽한 활동가 한 명보다 꾸준히 실패하고 도전하는 실천가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완벽에 가까워지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저자는 또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상과 지구의 위기는 결국 연결선에 있다고, 그러니 완벽한 제로는 아닐지라도 자연스레 모든 면에서 줄이는 ‘다운 웨이스트’의 삶을 시작하는 게 어떠냐고.

◇ Rethink, Reduce, Recycle
이 책,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는 삶의 면면에서 줄여가는 연습을 먼저 시작한 이른바 다운 웨이스트 실천가들을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했다.

다시 생각하기(Rethink), 조금 더 줄이기(Reduce), 순환하기(Recycle)가 그것이다.

생각을 바꾼 사람도, 줄이거나 재활용을 생각해 움직인 사람도 결국은 쓰레기를, 소비를, 욕망을 줄여가는 삶에 이르러 다시 만난다. 그들이 주장하는 ‘연결’이 어우러져 합을 이룬다.

마치 내일이라도 끝이 날 것 같은 세상이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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