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익 지음, 풀빛미디어 펴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학생에게 추천하는 환경 교육 도서가 나왔다.

『이제 전쟁 난민보다 환경 난민이 많대요』는 건강한 지구를 위해 어린이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 서른 가지를 소개한다. 나아가 각 장에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한 걸음 더’ 코너를 넣어 다양한 환경 주제를 담았다. 

 

적도 근처에 있는 섬나라 키리바시 공화국이 바다에 가라앉고 있다. 약 11만 명의 키리바시의 국민은 나날이 높아지는 해수면에 따라 변하는 일상을 감내할 뿐이다. 어느 날은 마시던 물이 염수가 되고, 자신의 재산은 점점 더 바닷물에 잠긴다.

키리바시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인당 700달러 미만인 나라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흥청망청 지구를 망가트리고, 그 대가는 섬나라부터 짊어지는 셈이다. 키리바시처럼 10~100년 이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나라는 42국에 이른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아주 위험한 지경에 빠져 있다. 환경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재앙으로까지 일컬어지는 기후 위기,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원과 각종 자원의 고갈, 자연 생태계 파괴와 생물 멸종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된 것은 오랫동안 자연을 경제성장과 물질의 풍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온 탓이다.

인류는 산업화, 근대화, 경제성장 같은 깃발을 드높이 내걸고서 자연을 끊임없이 망가뜨려 왔다. 사람만이 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자 우두머리인 것처럼 행세해 왔다. 그 탓에 녹색별 지구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 병들고 말았다.

우려스럽게도 이런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지금부터 많은 애를 써도 이른 시간 안에 지구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기란 절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을 보전하고 지구를 살리려면 그에 걸맞게 정치가 바뀌고 정책과 법, 제도 등이 바뀌어야 한다.

개인의 일상적인 실천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구를 망가뜨리는 더 큰 틀에서의 정치·경제 시스템이나 산업구조 등을 바꾸어야 지구 살리기의 열매를 제대로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법, 제도를 만들고 바꾸는 일을 일차적으로 하는 사람은 정치인과 공무원이다. 이들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해서 바꾸라고 요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아주 귀중한 환경 보전 실천 가운데 하나다.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가치가 있는 이런 행동은 어려서부터 정치에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 의견을 널리 알리고, 옳은 일에 동참하는 것은 민주 시민으로 자라나기 위한 맞춤한 연습이다.

지구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려면 개인, 기업, 국가, 국제 사회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개인 특히 학생이 실천할 일에 중점을 두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환경 보전 방법’을 한 학생이 모두 실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단 몇 개라도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서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무리한 계획 대신 독자가 쉽게 행동에 옮길 일부터 정하면 된다.

자신의 취미나 생활 스타일 등을 고려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그 뒤 점차 탄력을 받으면 실천 항목을 넓혀 나가는 방식을 저자는 권한다.

지구의 생태를 살리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집 부엌과 식탁에서, 베란다에서, 동네 골목에서, 학교에서 ‘지금’ 하면 된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식구·친구·이웃과 함께할 수도 있다.

핵심은 조금 더 소박하고, 단순하고, 느리게 사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실천하기 권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멋쟁이 ‘녹색 시민’으로 훌쩍 성장해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편 저자 장성익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나와 오랫동안 환경을 비롯한 여러 주제로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해 왔다. 환경 인문 잡지 〈환경과생명〉, 〈녹색평론〉 등의 편집주간을 지냈으며, 지금은 작가 겸 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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