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유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춰 초등학교에서도 ‘기후 변화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기후 변화를 초등학생들에게 맨 처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별똥별 아줌마의 과학 이야기’ ‘과학 쫌 아는 10대’ 시리즈 등으로 20여 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절하고 다정하게 과학 지식을 전달해 온 저자 이지유가 이 숙제를 해결하러 나섰다.

우리에게 친근한 먹거리를 통해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의 시작점은 초등학교 교실이다.

저자 이지유는 어린이들에게 ‘기후 변화’ 강연을 하던 중, ‘기후 변화 때문에 이제 사과를 못 먹을지도 몰라.’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는 어린이들을 발견했다.

기후 변화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이 위기를 설명할 최적의 방법을 찾은 순간이었다.

저자는 위기에 처한 대표 먹거리를 소개하면서 기후 변화의 다양한 양상들을 짚는다. 우리 먹거리의 기반인 농작물과 과일과 동물들이 달라진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비춘다.

기온이 올라 점점 뿌리 내릴 곳을 잃는 감자와 사과, 벌이 꽃가루받이를 못 해서 열매를 못 맺는 식물, 북극이 춥지 않아서 해류가 느려져 위태로운 생선 등, 기후 변화가 우리 식생활과 얼마나 밀접한지 깨달을 수 있다.

여기에 인간들의 이기심이 기후 변화를 부추기는 형편도 다루었다.

고기 소를 늘리려고 그 먹이인 콩과 옥수수 생산을 늘리고, 옥수수 생산을 늘리려고 숲을 없애서 공기 중 이산화 탄소의 양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처럼 모든 생물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고, 결국 인간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진정으로 아는 것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그동안 실감하기 어려웠던 기후 변화를 먹거리라는 관심사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끼칠 영향을 실감 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식량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위기 상황을 지나치게 드러내 어린이들을 겁먹게 하지는 않는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어떻게 살 거냐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어린이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한 죄책감을 심어 줄까 봐 경계하는 저자의 태도가 단호하다.

그 대신 오늘날 어른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 주면서 기후 변화를 막을 법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는다.

갖가지 지식에 저자의 통찰이 버무려 있어 기후 변화가 왜 문제인지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통합적인 사고를 기를 수도 있다.

재치 있는 일러스트가 책 전체를 꽉 채워 어린이들이 쉽고 만만하게 끝까지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점 또한 특별하다. ‘기후 변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알차고 흥미로운 과학책이다.

한편 저자 이지유는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교육과 천문학을 공부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책을 읽으며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신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외국의 좋은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한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시리즈, 《기후 변화 쫌 아는 10대》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내 이름은 파리지옥》 《나의 과학자들》 등을 지었고,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꿀벌 아피스의 놀라운 35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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