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정 지음, 세미콜론 펴냄

소심하게나마 쓰레기를 줄이며 생활하는 제로웨이스트 살림꾼 허유정의 신작이 나왔다.

전작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상의 작은 노력들을 담았다면, 이번 『소소하지만 매일 합니다』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살림’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비닐 없이 스테인리스 통으로 장 보기, 신문지로 상자 접어 쓰레기통 만들기, 아이스 팩 전용 수거함에 넣기, 완충재 모아서 우체국에 가져다주기, 식재료 성분표 꼼꼼히 확인하기, 식재료 보관 기간 늘리기, 핸드 타월로 여행 파우치 만들기, 비닐장갑 대신 라텍스 장갑 활용하기 등등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쉽고 유용한 살림법을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별로 나눠 보다 세세하게 썼다.

살림 분야 인플루언서 ‘프라우허’로 활동하는 그는 실용적인 살림 팁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세간을 바꾸며 겪었던 실행착오와 그의 뿌리인 엄마의 살림 비법, 시어머니, 남편, 그리고 팬들과 나눴던 에피소드를 그만의 입맛을 살려 생생하게 담아냈다.

더불어 프라우허 SNS 계정에서 가장 인기 많았던 ‘허뚜기 레시피’인 엄마 두부조림, 청양고추 다대기, 밥국, 풋마늘무침, 세발나물 비빔밥 레시피도 만나볼 수 있다.

『소소하지만 매일 합니다』에 허유정의 살림 팁들을 총망라해 담았지만, 단순히 노하우만을 공유하는 책은 아니다.

왜 이렇게 바꿔보았는지, 그래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솔직하고 친근하게 들려줌으로써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리를 한 움큼 넣고, 오메가3 대체 영양제인 볶은 들깨를 씹어 먹는다. 작은 빗자루로 사악사악 현관을 쓸며 깨끗하게 마음을 정돈하고, 과탄산소다를 풀은 물에 밤새 담가놓은 행주를 헹군다. 

급한 일을 마치고 시작된 낮 살림에선 몇 주 동안 모아놓은 우유 팩, 완충재, 아이스 팩을 카트에 실어 가져 나간다. 우유 팩은 주민센터나 도서관에 있는 분리배출 기계에 넣고, 아이스 팩은 주민센터 앞 전용 수거함에 넣는다. 완충재는 우체국에 전달하면 택배를 포장할 때 활용해준다. 조금만 움직이면 그리 어렵게 않게 다시 쓰임을 다할 곳으로 보낼 수 있다. 장 보러 갈 땐 그의 시그니처인 대구 서문시장 ‘새댁이 찬통’은 필수. 마라탕, 빵, 조개, 치즈 플래터 등 스테인리스 통만 있다면 비닐 따위 필요 없이 포장할 수 있다.

업무와 집안일에 지쳐 무언가에 몰두할 수 없는 저녁이 되면, 그는 조용히 신문지를 접어 상자를 만든다. 가로세로 20cm인 큰 상자는 재활용품을 모으거나 구황작물을 보관할 때 좋고, 작은 상자는 욕실 쓰레기통으로 쓰기 딱 알맞다. 종이 봉투는 바로 쓰레기통에 넣기 찝찝한 젖은 비닐이나 껍데기 종류를 모아두면 깔끔하다.

그의 모든 시간에는 약간의 수고로움이 한 숟가락씩 더해져 있다. 툭 넣으면 끝인 티백 말고 손수 끓인 보리차를, 쓰고 버리면 그만인 비닐 말고 신문지를 접어 재활용한다. 더 쉽고 빠른 길을 따르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지만, 그는 확신이 있다.

조금 수고스러워도 내 몸과 자연에 무해한 방법을 선택하면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허유정의 살림 루틴을 따라가다 보면 삶을 잘 꾸려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림을 내 손으로 주물러 나의 일상을, 내일을, 미래를 건강하게 다진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는 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지만, 더 나아가 결국 공동체를 위한 행위가 됐다.

그의 작은 움직임이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의 살림을 따라 하는 사람이 늘고, 여기저기에 인증하면서 프라우허의 무해한 살림법은 어느새 챌린지가 됐다.

이 책을 읽고 오늘 당장 무언가 실천해보고 싶어지길.

작은 노력들이 모여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줄 것이다. 앞으로 맞이할 당신의 무해한 살림 순간들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내가 좀 더 고민하고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일상이 바뀌는 게 바로바로 눈에 보이니까. 그래서 살림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삶에서 유일하게 내 뜻대로 행복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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