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아 지음,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웃는 얼굴 쿼카』는 어린이작가정신이 기획한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다.

그림책의 주인공 쿼카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서쪽 끝에 있는 로트네스트(Rottnest)섬에 약 1만 마리만 산다.

쿼카는 고양이 정도 되는 몸집에 기다란 꼬리를 가지고 있다. 키 작은 관목 나무 덤불이 우거진 숲이나 습지 등에 땅굴을 파고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특히 앞발을 잘 쓰는데 나뭇잎이나 풀을 쥐고 먹고, 낮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잎사귀를 낚아챌 수도 있다.

쿼카는 원래는 오스트레일리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산불과 개발 등으로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쿼카는 늘 웃는 것 같은 특이한 표정을 하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지만 보호를 받지 않으면 언제 멸종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변화를 민감하고 예리하게 포착하는 수수아 작가는 어린 시절에 우연히 쿼카라는 동물을 접한 뒤부터 오랫동안 좋아했다.

하지만 웃는 표정이라는 것도 사람들의 시각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으면서, 쿼카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웃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웃는 얼굴 쿼카』를 완성하게 했다.

『웃는 얼굴 쿼카』는 이렇게 이름조차 낯설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닌 쿼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숲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던 쿼카는 어느 날, 빨간 나비를 발견한다. 빨간 나비를 따라가던 쿼카는 곧 무서운 광경을 맞닥뜨렸다. 빨간 나비들이 가득 모여 쿼카가 사는 숲을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기 시작한 거다. 이상하게 뜨겁고, 무서운 냄새도 났다. 하늘에서는 까만 비도 내렸다.

쿼카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숲속 깊숙이 살던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도망치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리지만, 점점 기운이 빠지고 더는 도망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도망쳐도 피할 수가 없었다. 결국 쿼카는 자리에 주저앉아 겁먹은 채로 두 눈을 꼭 감고 말았다. 숲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쿼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개간과 도시 개발, 기후 변화… 쿼카의 행복을 빼앗은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특히, 지난 수 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빈번히 발생한 대형 산불은 쿼카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손꼽히는 2019년의 산불이다.

당시 한반도 면적의 85퍼센트에 달하는 숲이 사라졌고, 약 30억 마리에 이르는 동물들이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으며, 살 곳마저 잃었다.

『웃는 얼굴 쿼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에서 구조되고, 다시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는 작은 동물 한 마리에 관해 이야기다.

그러나 재앙에 내몰려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동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이 그림책에 담겨 있다.

한편 저자 수수아는 영국 케임브리지 예술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작은 스케치북과 간식을 가지고 공원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어른과 아이 모두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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