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야생조류 집단폐사 46건 중 11건 농약중독…‘농약 볍씨’로 고의 살상 추정

지난 1월 강원도 철원군에서 발생한 멸종위기종 2급 '독수리' 집단폐사 원인은 치사량이 넘는 농약을 삼켰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 아니라 올겨울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사건 46건 중 무려 11건이 농약중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조류가 먹이활동 중 생긴 자연스런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누군가 일부러 농약이 묻은 볍씨를 고의로 살포한 결과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에 해당돼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13일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원장 신동인)에 따르면 올겨울(2022.10~2023.3)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총 46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1건(164마리 폐사)의 원인이 농약중독으로 확인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집단폐사(한 장소에서 5마리 이상 폐사) 검사 결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음성일 경우 농약중독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야생조류 집단폐사 현장 사진. 제공=환경부
야생조류 집단폐사 현장 사진. 제공=환경부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해당 개체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먹은 상위포식자(독수리 등)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올해 1월 25일 강원 철원군에서 집단폐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독수리 5마리를 분석한 결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고, 폐사체의 식도와 위(胃) 내용물에서 메토밀 성분 농약이 치사량(20∼30mg/kg)이상으로 검출됐다.

지난해 12월 말 전남 순천시 일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흑두루미 5마리의 폐사체에서도 포스파미돈 성분 농약이 확인됐다.

올해 초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쑥새 10마리, 멧비둘기 10마리, 새매 2마리)도 같은 성분의 농약이 검출됐으며, 이들 폐사체 중 새매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속하는 상위포식자다.

올해 2월 2일 충남 태안군에서 발생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큰기러기(5마리)와 쇠기러기(6마리) 집단폐사도 카보퓨란 성분 농약 중독으로 확인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올해 2월 13일 강원 고성군에서 폐사한 독수리 7마리 사례를 비롯해 4건(31마리 폐사)의 집단폐사 사례도 농약중독으로 보고 관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이번 검사 결과에 대해서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는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내용과 불법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엄중한 감시를 요청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독물이나 농약 등을 살포하여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야생조류 이상개체 및 폐사체를 신고해 농약중독이 확인될 경우 1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볍씨에 농약을 넣어 야생조류를 살상하는 것일까?

취재 결과 이 같은 행위는 대부분 야생조류가 집단 서식하는 곳에 함께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에 의해 자행됐다. 떼 지어 날아다니며 배출하는 새의 분변과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삭히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가축을 사육하는 입장에선 질병을 걱정해 저지른 극단적인 행동으로 추정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이수웅 질병연구팀장은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고의로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생태계의 구성원들에 대한 올바른 자세도 아니다"며,  “앞으로도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을 분석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고 엄중히 조치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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