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탄소중립 기본계획안’ 거센 후폭풍…공청회서도 ‘기본계획’ 폐기 요구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가가 우리 삶의 존엄을 끊임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서늘한 경고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지난 21일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유지하지만 산업 부문의 감축량은 기존 14.5%에서 11.4%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의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이 탄소중립 기본계획엔 이 밖에도 2021년 마련된 부문별 감축 목표 수정치가 공개됐으며,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부문은 기존 1,030만t에서 1,120만t으로, 국제감축사업 부문은 3,350만t에서 3,750만t으로 목표치를 상향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정부안이 발표되자마자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탄소 다배출 기업과 핵 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며 감축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반 기후·반환경 정부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번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산업 부문 감축량을 기존 14.5%에서 11.4%로 줄이는 것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전력사용량 포함)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동향을 고려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오히려 산업 부문 감축량은 더 늘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 6개 환경단체는 22일 공청회가 열린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사진=기후위기 비상행동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 6개 환경단체는 22일 공청회가 열린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사진=기후위기 비상행동

그린피스 소속 정상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에 공개된 정부 계획은 '산업계의 민원 해결 보고서'와 다름없다"며 "유엔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20일 6차 종합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내놨음에도 우리 정부는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트레이너는 또 "국외 감축이나 CCUS 등 실제 감축 효과가 불분명한 수단을 상쇄방안으로 제시하고,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등록을 중단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며 "과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청년들로 구성된 청소년기후행동도 성명을 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우리가 이번 계획으로 마주하는 것은, 최소한 이번 정부의 임기 내로는 어떠한 온실가스 감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냉랭한 현실 뿐"이라고 냉소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계획(안)에서 제시한 감축 경로는 현 정부 임기 내에서는 감축률이 연 2%에 불과할 정도로 완만한 직선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현 정부 임기가 끝난 후, 급격하게 절벽으로 뚝 떨어지는 감축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겹겹이 쌓여가는 감축 부담과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계속 넘겨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그러면서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포기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무력감을 느낀다"며 "결국 국가는 우리가 삶의 존엄을 끊임없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기후재난이 다름아닌 국민들의 기본권조차 저버린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 6개 환경단체는 22일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비판했다. 사진=녹색연합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 6개 환경단체는 22일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비판했다. 사진=녹색연합

이 같은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22일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6개 환경단체는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시민사회가 제기해왔던 우려를 재확인한 것 이외에 의미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이번 계획(안)의 철회와 전면 재수립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들 중 일부는 공청회장에 김상협 위원장(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 입장할 때와 개회사를 이어가는 와중에 기본 계획(안)과 탄소중립녹색성위원회를 규탄하는 피켓을 펼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이번 공청회 자리에서의 우리의 행동이 끝이 아님을 정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는 명심하길 바란다. 기후위기 최일선의 당사자들을 위해,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탄녹위는 오는 24일 청년, 27일 시민단체 등과 현장토론회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달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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