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월리서 지음, 목수책방 펴냄

식물이 병에 걸리지도 않고, 벌레에게 먹히지도 않으며, 제때 훌륭한 열매와 꽃을 보여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에게 농약과 화학비료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화학물질을 사용해 ‘해로운 것’만 없애거나 ‘이로운 것’만 선택할 수는 없다. 각종 화학물질은 인간은 물론 식물 기르기에 이로운 유기체에도 동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텃밭과 정원을 가꾸려는 사람들에게 ‘섞어짓기’ 기법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이렇게 농부와 정원사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 식물과 저 식물을 같이 심으면 좋다’는 말의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한 연구와 실험이 요즘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의 저자는 내가 키우는 식물에게 ‘최고의 파트너’를 찾게 해 주려는 이 움직임에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생산성과 효율성에만 주목하는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방식의 동반식물 재배 기법’은 우리의 텃밭과 정원을 “다양한 식물·균류·동물의 복합체로 구성된, 그리고 그들 모두가 대규모 생명의 그물로 연결된 생태계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원예전문가이며 텃밭·정원 교육자인 제시카 월리서는 이 책에서 과학적 연구에 근거한 다양한 동반식물 재배(companion planting) 전략을 상세히 소개한다.

동반식물 재배의 이점은 너무나 많다. 병충해와 잡초를 줄이고, 지력(地力)을 높이며, 토양구조를 개선하고, 식물 재배에 이로운 곤충과 수분 매개 곤충을 불러들인다.

이 책은 텃밭과 정원이라는 하나의 ‘생태계’에서 이루어지는 ‘식물 협력관계(partnership)’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내가 키우는 식물(작물)에게도 응용해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책은 농부와 정원사가 단지 먹을거리와 보기 좋은 식물을 길러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많은 생물에게 먹을거리, 둥지, 월동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해 지구 전체의 생태계도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질병과 잡초 억제, 충해 조절, 토양 개선, 질병 예방 등 동반식물 재배 기법을 활용해 농부와 정원사들이 얻고자 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 책을 넘기다 보면 동반식물 재배 기법이 결국 텃밭과 정원의 전체적인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 뒤에는 이 책을 번역한 경북 봉화의 ‘별난 농부들’이 식물 동반관계를 텃밭에 어떻게 구현할지 구상할 때 유용하도록 책에서 다룬 주 작물별 동반식물 관계를 정리한 표가 나와 있다.

저자는 연구 결과보다 농부 스스로 실행한 결과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표는 책의 내용을 기본으로 자신의 텃밭과 정원에서 유용하게 작용하는 작물 관계를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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