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장기 가뭄대책 일부 발표, ‘4대강 보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 포함

정부가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가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4대강 보(洑)를 ‘물그릇’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4월 3일 정부세종청사 6동에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을 발표하고 관계기관 협의,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이달 안으로 중장기 가뭄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순천 주암조절지댐 방문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한 가뭄' 등 기후 위기 상황에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함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중장기 가뭄 대책을 마련한다.

이번 중장기 가뭄 대책은 장래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능력을 과거 최대 가뭄과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 가뭄으로 나눠 재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생활·공업 용수 부족량을 산정했으며,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으로 구성됐다.

한편, 전남 섬(도서) 지역은 여건과 특성에 맞는 별도의 맞춤형 대책이 수립된다.

'1단계 기본대책'은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주암댐, 수어댐, 섬진강댐, 평림댐, 장흥댐, 동복댐)별로 과거에 발생했던 가장 큰 가뭄이 동시에 발생할 것을 가정해 생활·공업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루 45만톤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2단계 비상대책'은 기후변화로 과거 최대 가뭄을 뛰어넘는 극한 가뭄이 발생할 것을 가정하여 최소한의 생활·공업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루 16만톤 이상의 용수를 1단계에 더해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중장기 가뭄 대책이 확정되면, 물공급 체계 조정 등 예산이 수반되는 일부 사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안으로 기본구상 용역에 들어가며 추후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구체적인 사업 규모, 공사시기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영산강‧섬진강 유역 물 이용 현황 및 중장기 대책 모식도.
영산강‧섬진강 유역 물 이용 현황 및 중장기 대책 모식도.

◇ 1단계 기본대책 

'1단계 기본대책'은 △물 공급체계 조정, △신규 수자원 확보, △수요 관리 및 제도 개선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물 공급체계 조정과 관련해 주암댐에서 광주, 목포 등 영산강 유역 광주, 목포, 나주, 화순, 함평, 영광 등 6개 시군에 공급하는 물량(48만톤/일) 중 일부(10만톤/일)를 여유가 있는 장흥댐에서 대체 공급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장흥댐-주암댐 연계로 확보된 주암댐 여유물량을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이사천 취수장부터 여수산단까지 도수관로(45.7㎞)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광양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수어댐에 물이 부족할 경우 주암조절지댐에서 광양산단으로 직접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 공급시설 설치도 검토한다.

대체 수자원 확보와 관련해서는 여수시 공공하수처리시설 내에 하수 재이용수 생산시설을 설치하여 여수산단 수요처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발전 온배수 등을 활용한 해수담수화 시설을 건설하여 여수산단 내 순수(pure water)급 이상의 공업용수를 필요로 하는 수요처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기에 전남 4개 시·군(고흥, 광양, 보성, 순천)의 물 공급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2곳의 지하수저류댐 개발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남 8개 시군(나주, 목포, 순천, 영광, 장성, 진도, 함평, 화순)을 대상으로는 신규 공공관정 개발과 노후 공공관정 시설을 개선해 가뭄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수요 관리 및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2035년까지 연간 4,200만 톤의 수돗물 누수를 막기 위해 노후화된 상수관망을 교체·개량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참고로 연간 4,200만톤은 여수시 전체 시민이 한해 사용하는 물(4,400만톤, '21년 기준)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가뭄 예방 및 피해 지원에 수계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영산강·섬진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 2단계 비상대책

'2단계 비상대책'은 △댐 비상용량 활용, △섬진강 추가 취수, △영산강-농업용저수지-수도 연계 등으로 구성됐다.

댐 비상용량 활용과 관련해 극한 가뭄이 발생할 경우 댐 저수위 보다 아래 수위인 비상 용량과 사수(死水) 용량까지 활용해 생활·공업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지역사회와 협의해 섬진강 유량이 풍부한 시기에는 어민 피해가 없는 범위에서 섬진강물을 추가 취수하여 여수·광양산단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농업용수는 하천수로 대체 공급하고, 상류 농업용 저수지 물은 생활·공업 용수로 공급하는 방안도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지역 농업인 등과 협의해 추진한다.

◇ 섬 지역 맞춤 대책

섬(도서) 지역 중장기 가뭄대책은 우선 상시적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전남 섬 지역을 대상으로 해수침투 방지, 생활용수 확보 차원의 지하수 저류댐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완도 보길도에 이미 저류댐을 설치했으며, 현재 신안 우이도 및 대둔도, 완도 청산도, 여수 낭도 등 후보지를 조사·검토하고 있다.

또 해수담수화 선박의 접안이 어려워 비상급수가 곤란한 완도군 넙도 등에는 컨테이너형 이동식 해수담수화 시설을 활용해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영산강 2개보. 승촌보(위)와 죽산보(아래).
영산강 2개보. 승촌보(위)와 죽산보(아래).

한편, 환경부는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본류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해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보 수위 상승으로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4대강 보 영향 구간에 위치한 70개의 취수장·양수장과 71개의 지하수 사용지역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내세웠던 논리로,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개방했던 보의 수문을 다시 막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러차례 민관 합동 조사 결과 그동안 4대강 사업이 사실상 가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많았던 만큼 이번 방안이 합당한가를 놓고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환경부의 이번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 발표로 인해 영산강 보 존치와 해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을 또다시 촉발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중장기 가뭄대책은 광주·전남 지역에 다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주민 삶과 국가경제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강, 낙동강, 금강 유역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극단적인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기후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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