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몽고메리 지음, 돌고래 펴냄

『유인원과의 산책』은 오지에서 오랫동안 체류하며 야생 동물을 연구하는 동물학자인 샤이 몽고메리가 쓴 책이다.

유인원 연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세 사람을 다룬다.

그들은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이다. 세 사람 모두 남성 위주의 학계에서 전통적인 연구 방법론과 관점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연구 업적을 남기고 유인원 보호에 앞장 섰다.

제인 구달(1934~), 다이앤 포시(1932~ 1985), 비루테 갈디카스(1946~) 이 세 여성 영장류학자들은 고등교육기관에서 과학적인 훈련을 오랫동안 받은 적이 없지만 이 동물들을 연구하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동물들을 실험실로 납치해 온갖 병균이나 화학약품들을 주입하거나 고통스러운 자극을 주어 행동 패턴을 보는 방식으로 단편적인 지식들을 축적해가던 당시의 동물 연구 방식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나름의 연구 방식과 방침을 창조해냄으로써(주로 끝없이 겸허하게 기다리기,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오랫동안 관찰하기, 개체의 개별적인 특성과 상황을 인정하고 개체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기, 그리고 그것들을 숫자보다는 이야기의 형태로 기록하기) 그 누구도 성취하지 못했던 뛰어난 과학적 발견을 해냈다.

그래서 이들을 과학자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온당한 일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사이 몽고메리가 명명하듯 이들은 과학자이기 이전에 동물들의 양육자이자 보호자이기도 했고, 또 동물들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싸운 운동가들이자, 나아가 동물들과 높은 수준으로 교감하고 그것을 인간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교육하는 샤먼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자신의 삶과 연구와 활동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통합해간 여성들이다.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는 모두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제자들이다.

아프리카에서 진잔트로푸스와 호모하빌리스라고 명명된 인류 조상의 화석을 발굴한 루이스 리키가 고인류의 행동패턴과 습속을 추론하기 위해 세 여성에게 (사람과 가장 비슷한) 유인원 연구를 맡기면서 과학자, 양육자/보호자, 활동가, 전사, 교육자, 샤먼으로서 이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루이스 리키가 비서 출신의 26살 제인 구달과 물리치료사 출신의 다이앤 포시, 23살 대학원생이던 갈디카스를 책임 연구자로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루이스 리키가 제정신이 아니라고(혹은 남성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테스트를 통해 이들에게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맡기기로 결정한 이후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이들을 지원했다.

이 여성들은 어떤 남성 연구자들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롭게, 또 끈기 있고 참을성 있게 아프리카와 보르네오 정글에서 장기 연구를 지속했다.

이들의 연구방식은 대중적 관심만큼이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모두 관찰의 대상인 동물에 이름을 붙여주며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계량적인 방법 대신에 동물들의 행동을 이야기처럼 기록한 것도 이들이 공유한 특징이었다.

제인 구달은 소아마비에 걸린 침팬지들을 구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로 개입했고, 침팬지들에게 바나나를 공급해 루이스 리키에게조차 비판을 받았다.

다이앤 포시는 밀렵꾼들, 원주민들과의 관계에서 폭력을 서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비루테는 논문이나 저작물 등의 출간이 부족해 오랫동안 비판받았다.

특히 제인 구달의 경우 젊은 백인 여성들이기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는 혹평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의 비판에도 자신들만의 길을 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사이 몽고메리는 좋지 않은 여건에도 낙심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온갖 연구 논문과 책들을 읽고 이 세 영장류 연구자들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는 엘리자베스 토머스가 쓴 이 책의 개정판 추천의 말에 잘 담겨 있다.

그래서 적어도 사이 목오메리가 볼때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와 같은 피와 영혼을 지닌 작가다.

사이 몽고메리는 이들의 삶을 손쉽게 낭만화하지도 않고 세간의 비난을 앵무새처럼 인용하지도 않는다.

연구대상에게 깊이 공감하면서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집요하게 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파헤쳐서 이 책을 써냈다.

아름다운 문장들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은 덤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됐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아직도 가장 사랑받는 책들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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