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기준 제자리인데 쓰레기 사용량만 늘어…“폐기물사용기준 등 강화해야”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량이 늘면서 환경오염과 주민건강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멘트 포대에 성분표시를 해야 한다는 요구와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2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폐기물 시멘트, 안전관리기준 이대로 괜찮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멘트 공장이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조속히 바로잡아야 하는 만큼 시멘트 공장 안전관리기준을 살펴보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취지다.

이번 토론회는 시멘트 공장의 직접 피해자인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 지역 환경단체인 ‘남한강의친구들’(동서강보존본부, 맑은하늘푸른제천시민모임, 에코단양)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해 지역의 현황과 문제점을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최병성 상임대표는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관리기준이 없고, 환경부 비호 속 시멘트 공장이 환경악화와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 상임대표는 “폐합성수지 2톤을 소각해야 유연탄 1톤을 태우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유연탄과 가연성 폐기물의 탄소배출 계수 차이가 없어 탄소배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2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폐기물 시멘트, 안전관리기준 이대로 괜찮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2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폐기물 시멘트, 안전관리기준 이대로 괜찮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최 대표는 특히 “인분, 방사능물질인 라돈 함유된 인산석고 등이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고 있음에도 안전관리 기준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독일 등 유럽연합은 시멘트 소성로 배출가스 중 7개 항목을 실시간 측정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3가지 항목만 자가측정 하는 상황”이라며 “배출가스 기준, 쓰레기 사용기준, 시민안전기준 강화와 쓰레기 사용총량제한, 시멘트 등급제 및 사용처 제한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인 남한강의친구들 이상학 공동대표는 “질소산화물 등 시멘트 공장의 미세먼지가 지역주민의 생명은 물론, 농작물 광합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전기준 강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시민들은 시멘트 공장에서 뿜어내는 미세먼지를 연무나 안개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호흡기 질환, 암 등 의심환자 증가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시멘트 공장 주변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의 뇌MRI, 뇌혈관, 뇌경색, 치매, 심혈관 등 주민건강 역학조사가 필요하고, 미세먼지, 수은, 비소, 납 등 대기오염 및 토양오염 실태조사와 시멘트 공장 주민감시단 구성·운영지원”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270ppm에서 70ppm 이하로 낮추고, 대기오염 배출 저감시설인 SCR(선택적 촉매 환원장치) 설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60년 넘게 고통받는 주민들과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시멘트 업계가 가야 할 ESG경영의 방향”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구자건 前연세대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박현서 열환경기술연구소 소장,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 정희문 쌍용C&E 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 영월대책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구자건 교수는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에서 시멘트가 피부·눈에 미치는 자극성·부식성 특정 표적장기 독성(피부 호흡기 눈)의 근거 자료는 공시하고 있으나, 발암성, 생식세포변이원성, 생태독성 등에 대한 근거자료는 공시하고 있는 않는 것은 문제”라며, “포틀랜드 시멘트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신호어에 특정표적장기 독성 즉 ‘호흡기계 자극 신호어’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아울러 “시멘트 제조시설에 대한 주기적인 건강영향조사 실시와 시멘트 공장의 무분별한 폐기물 반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시도 단위 ‘폐기물 발생지 책임처리 원칙’을 확립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멘트업체 시설(자료사진).
시멘트업체 시설(자료사진).

박현서 소장은 “하수 슬러지가 대체‘연료’폐기물 관리기준에 미달해 편법적으로 시멘트소성로에서 대체‘원료’폐기물로 사용하는 실정”이라며, “대체원료폐기물 중 중금속. 알카리금속, 인산, 염소성분에 대한 기준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무엇보다 “시멘트 제조공정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표준산소농도기준은 13%인데, 이는 유럽, 일본, 미국 기준 10%보다 높고, 심지어 국내 소각로의 12%보다도 높아, 배출오염물질 환산농도가 낮게 표시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시급한 기준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외에도 “시멘트 제품 중금속 성분 중 6가크롬에 대한 기준은 있으나, 더 위험한 카드뮴, 수은, 탈륨에 대한 기준이 없어, 조속히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동환 소장은 “쌍용C&E의 염소더스트 불법매립의혹, 한일시멘트의 대기환경보전법상 허용기준치 초과 사례 483건 적발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환경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큰 시멘트 업계가 ESG경영 우수등급을 받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특히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90% 이상인 선택적촉매환원시설(SCR) 설치가 전무하고, 설치 및 운영 비용이 저렴하고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30~70%에 불과한 선택적비촉매환원시설(SNCR)만 설치하는 실정”이라며, “시멘트 업계는 자원순환의 지속가능한 미래전략을 분명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주원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은 폐기물 시멘트의 성분표시제와 시멘트 등급제, 등급별 사용처 지정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폐기물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과정이나 제품의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시멘트의 강도 문제 등 품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며,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폐기물 시멘트 생산과 사용 전과정의 안전관리 기준이 제대로 수립되고 관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희문 위원장은 “시멘트 회사들이 주민건강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실시하고, 오염원을 제거해 환경개선을 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보상해 기업의 윤리적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종합토론에서는 시멘트공장으로 대량의 폐기물 처리가 쏠리면서 운영·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기초시설 업계의 9개 단체로 구성된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생대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취지에 공감하고, ‘폐기물 시멘트’ 제도개선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생대위 장기석 사무처장은 “시멘트 공장의 무분별한 폐기물처리와 오염 물질배출로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여실히 느꼈다”며 “잘못된 정부 정책과 법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시멘트 제조 공장의 환경·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폐기물이 제대로 자원순환 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관련 업계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절박한 상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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