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 강수량 648.7mm로 역대 3위…연강수량의 1/3 엿새 만에 쏟아지기도

강수량 648.7mm을 기록한 역대급 장마가 26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26일 기상청은 올해 6월 2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 26일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장마가 7월 25일 제주도, 26일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 내린 비를 마지막으로 종료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기간은 전국(중부, 남부, 제주도) 31일로 평년과 비슷했고, 강수량은 648.7mm로 전국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래 세 번째로 많았다.

역대 1위(2006년)와 2위(2020년)의 장마기간이 길고 강수일수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장마기간 중 강수일수 대비 강수량(강우강도)은 올해가 두 해보다 많아 역대급으로 강하고 많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참고로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 순위 1위는  2006년 704.0mm였으며, 2위는 2020년 701.4mm이다.

이번 장마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뚜렷한 강수 특성을 보였다.

전반부(6월 25일 ~ 7월 12일)에는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과 대기불안정에 의한 잦은 강한 비가 내렸다.

장마철 전·후반부의 뚜렷한 강수 특성.
장마철 전·후반부의 뚜렷한 강수 특성.

후반부(7월 13일 ~ 7월 25일)에는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에 의해 지속성 있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렸다.

전/후반부의 누적강수량(7.25.기준)은 각각 315.4mm/333.3mm로 평년 장마철 전체기간 강수량(356.7mm)의 약 90%가 전/후반부에 각각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장마는 또 충청 이남에 강수가 집중됐다는 특성이 있다.

느리게 남북으로 진동하며 정체전선이 머물렀던(특히, 7.13.~7.18.) 충청 이남을 중심으로 최고 1,000mm가 넘는 매우 많은 장맛비가 집중되면서, 전라권은 역대 1위, 경상권은 2위, 충청권은 3위 장마철 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장마기간 중 일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한 지점은 괴산, 논산, 문경, 청양, 청주를 포함한 총 22곳으로, 모두 충청권, 전라권, 경북북부에 위치했다. 

023년 장마철(~7.25.) 전국 강수량 분포도(좌) 및 평년비 분포도(우).
023년 장마철(~7.25.) 전국 강수량 분포도(좌) 및 평년비 분포도(우).

이번 장마는 또 엿새 만에 연평균강수량의 3분의 1을 퍼부었다는 기록도 남겼다.

정체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강하고 많은 비를 내렸던 7월 13~18일 엿새 동안 충북, 충남, 전북에서는 연평균강수량의 약 1/3이 기록됐다. 특히, 충청, 전라, 경북에서 동 기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지점들의 경우 누적 강수량이 522.5~665.0mm에 달했다.

장마철 일평균 강수량 대비 1.9~3.5배의 많은 강수가 집중됐으며, 일강수량 1위 극값 22곳 모두 7월 14일과 15일 중 기록됐다.

강하고 많았던 이번 장맛비의 원인에 대해 기상청은 남쪽에 평년보다 강했던 수증기가 공급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강하게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기단의 경계)를 따라 남~남서쪽으로부터 강수의 재료가 되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장마 초입부터 지속적으로 강하게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여기에 북쪽에서 지속적인 건조공기가 유입된 것도 남쪽에 집중호우가 내리게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장마 전반부(6월 25일 ~ 7월 12일)엔 우랄산맥과 베링해를 중심으로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고, 우리나라 북쪽으로는 상층 절리저기압이 장기간 정체함에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절리저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주기적으로 건조공기가 남하하여 잦은 대기 불안정과 중규모 저기압의 발달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장마 전·후반부 기압계 모식도.
장마 전·후반부 기압계 모식도.

그리고 장마 후반부(7월 13일 ~ 7월 25일)엔 인도 북서쪽과 필리핀해 부근의 활발한 대류로 인해 티벳 부근의 상층 고압부(티벳고기압)가 강화됐고, 이 티벳고기압의 동쪽 사면을 따라 우리나라 북서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강하게 남하하는 건조공기가 남서쪽에서 유입되는 고온의 수증기와 강하게 충돌 및 정체함에 따라 정체전선이 활성화됐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특히 이번 장마는 기후학적 특성이 강하게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전지구기온이 평년(1991년~2020년 평균)보다 0.5℃ 높은 6월 기온, 7월에 기록된 사상 최고 기온 등의 고온 현상은 지구온난화 경향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7월 4일의 세계 평균기온은 17.23℃, 7월 7일은 17.24℃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존 2016년 8월16일의 16.94℃보다 0.3도 높은 기록이다.

또 엘니뇨 현상에 의한 동태평양 수온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서태평양 부근의 해수면 온도까지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대기 중으로 공급되는 열과 수증기량이 증가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아울러 동아시아 주변 고온 현상과 북서태평양 고수온 현상이 맞물리며 대기 중 수증기량이 풍부한 상황에서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다량 유입돼 호우 가능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마 이후 기압계 전망에 대해 기상청은 현재 대만 남쪽 해상을 지나고 있는 제5호 태풍 독수리는 28일 경 중국 남동부 해안에 상륙 후 북진해 약화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형성됐던 정체전선에 의한 비구름의 영향이 끝나고, 국지적 대기불안정에 의한 강한 소낙성 강수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함께 북한으로 북상함에 따라 당분간 우리나라는 폭염과 함께 국지적 대기 불안정에 의해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낙성 강수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번 장마는 평년 장마철에 비해 장마기간은 비슷했던 반면 이례적으로 강하고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충청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가져왔다.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값의 경신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최근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패턴이 변화하면서 장마가 종료된 이후에도 태풍 및 국지성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호우특보가 발표될 수 있는 강한 강수가 나타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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