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전력 수요 92.5∼97.8GW 찍을것 예상…“예비력 6.0GW이상 확보 총력”

장마가 끝난 이후 엄습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35도를 오르내리는 최악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공급능력이 하락해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블랙아웃(대정전사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는 최신 기상예보 등을 반영해 전력 수급 상황을 재점검한 결과 오는 10일 오후 전력 수요가 92.5∼97.8GW(기가와트)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15일 내놓은 최고 수요 예측 전망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당시 정부는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시께' 전력 수요가 92.7∼97.8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8월 2주차 전력수급 재전망.
8월 2주차 전력수급 재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단 이번 여름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한 때에도 전력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전력수요 피크치가 정부 예상범위에 들어간다해도 6.0~11.3GW의 예비전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비롯한 기상문제이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제6호 태풍 카눈의 진행방향 등에 따라 얼마든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올해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20일부터 7월31일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는 폭염 상황에 대비,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높였다.

이 같은 폭염은 다음주 경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전력 수요 역시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예상보다 심각한 가마솥더위에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도 충분해 진 것인데, 문제는 지난 6월 정부의 전망치에 비해 공급 능력이 106.4GW에서 103.8GW로 2.6GW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약 1GW 용량을 책임지고 있던 한빛 2호기가 지난달 24일 갑작스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데다, 경남 양산 열병합 발전소의 상업 운전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예상보다 공급능력이 낮아지는 것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보조 수단을 새롭게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먼저 발전사업자들과의 협의로 약 0.5GW의 추가 예비자원이 더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또 공공기관 에어컨 사용 절감 조치 시간을 늘리고, 예비력 수준에 따라 전력 다소비 건물과 사업장에는 조명 소등, 냉방기 순차 운휴 등을 요청해 전력수요를 최대 1GW 줄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방안으로 예비력 6.0GW 이상만 확보하면 전력 수급엔 차질이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예비력은 예측 수요의 오차, 발전기 불시 고장 등으로 전력수급이 균형을 잃을 경우에 대비, 전력수요를 초과 보유하는 발전력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비상사태에 가용하기 위한 여유 전력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다음주 최대 전력 수요가 정부의 예측 범위 최상단인 97.8GW에 넘어선다면 예비력 안정권의 마지노선인 6.0GW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올여름 폭염의 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능한 예상으로,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버리면 비상사태에 돌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전력수급 경보 발령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수급 조절을 통해 전력 운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태풍, 발전설비 고장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해 예비력이 낮아질 경우를 대비해 단계별로 추가 예비자원 가동, 에너지 사용 절감 조치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예비력 하향시 조치 계획.
예비력 하향시 조치 계획.

정부는 또 예비력이 5.5GW까지 떨어지면 전력수급 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를 발령하고 이후 추가 예비력 감소 상황에 따라 '관심'(예비력 3.5∼4.5GW), '주의'(2.5∼3.5GW), '경계'(1.5∼2.5GW), '심각'(1.5GW 미만) 등으로 격상해 체계적 관리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단계적 수급 조절 조치를 통해 9.1GW의 예비력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설명이지만, 산업계와 시민들 사이에선 지난 2011년 9월 발생했던 '블랙아웃(대정전사태)'이 이번에 또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2일 '500kV 북당진-고덕 초고압 직류송전(HVDC) 2단계 사업' 및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등 당진지역 전력망 건설현장을 방문해, 준공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준비를 당부했다.

'500kV 북당진-고덕 초고압 직류송전(HVDC) 사업'은 2020년 12월 1단계 준공 이후 올해 12월 2단계 사업 준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남부, 서해안 지역 계통도.
경기남부, 서해안 지역 계통도.

이번 사업을 통해 서해안 지역의 총 3GW의 발전력이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동적 막기억장치(D램), 낸드 등)가 위치한 평택을 비롯한 수도권 남부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신기술인 초고압 직류송전(HVDC) 방식 적용을 통해 송전량 제어 및 고장 전류 차단이 가능해짐으로써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도 기대된다.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업은 2003년 사업 개시 이후 준공목표(기존 '12. 6월)가 지속 연기돼 왔으며 현재는 일부 지중화 공사가 남아 내년 말까지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송전선로가 완성되면 서해안 지역 발전제약 해소와 함께 수도권 전력공급 능력 확대 효과가 예상된다.

이창양 장관은 “전력망 적기 구축은 첨단산업 신규투자 성공의 핵심 관건일 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위해 지난 3월 발표한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와 7월 발표한 첨단·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에 대한 전력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도 한전과 함께 한팀이 되어 전력망 적기 건설에 두 팔을 걷고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전력망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악화하고 투자비용이 매우 증가하여 전력망 확충 지연이 우리 경제의 치명적 약점(아킬레스건)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관련 규제와 절차의 획기적인 개선, 지역적 수용성을 높이는 지자체 간 협력모델 마련, 한국전력의 투자역량 확충 등 기존 틀을 뛰어넘은 새로운 정책지원체계 마련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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