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근간 흔드는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담겨…5개 환경법안 국회 통과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평법․화관법’) 등 5개 환경법안이 1월 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화평법․화관법’은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조정하고 획일적인 현행 유독물질 지정체계를 정비해 유해특성에 기반한 화학물질 관리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화평법․화관법’의 주요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현행 연간 0.1톤에서 연간 1톤으로 조정하되, 연간 1톤 미만의 신고물질 정보를 국민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의 신고자료 적정성 검토 근거를 신설해 안전에 대한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또한, 유해성 정보가 없는 물질은 유해성 확인 전까지 유해한 것으로 추정토록 해 화학물질의 안전성 담보를 위한 사업자의 관리 책무를 규정했다.

둘째, 유독물질을 유해 특성에 따라 단기노출에 의한 영향이 있는 물질은 ‘인체급성유해성물질’, 반복노출이나 장기적 잠복에 의한 영향이 있는 물질은 ‘인체만성유해성물질’, 수생생물에 영향이 있는 물질은 ‘생태유해성물질’ 등 3가지 종류로 분류해 물질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관리수단을 적용토록 개편했다.

셋째, 유독물질 지정체계를 개편하면서 현행 허가․제한․금지물질은 유해화학물질의 정의에서 제외해 지정 목적에 부합토록 별도 관리하고, 화학물질의 취급량이나 사고발생 위험도 등을 감안해 취급시설의 검사․진단 의무를 차등화했다.

또한 화학물질 취급량이 매우 적거나 위험도가 낮은 경우 기존 ‘허가’에서 ‘신고’로 전환해 제도 실효성을 제고토록 개선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통과된 ‘화평법․화관법’은 시민사회단체,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한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 논의를 거쳐 개정안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킬러규제 혁파'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돼 그해 8월 24일에 열린 ‘제4차 민관 합동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기업 투자와 사업 추진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킬러규제가 선정됐다.

이 중 화학물질 규제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6개월 동안 심도 있는 국회 논의를 거쳐 이번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경부는 ‘화평법․화관법’ 개정은 민관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업해 맺은 결실로, 변화하는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불합리한 부분을 발 빠르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환경정책 갈등 해결을 위한 협력과 이해조정의 바람직한 사례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협회 등 경제 6단체는 9일 공동 논평을 통해 “정부의 1호 킬러규제인 화평법과 화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화학물질 정보 생산·활용, 화학물질의 적절한 관리의 관점에서 화평·화관법의 취지와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법 개정만으로 기업들이 화학규제 개혁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없는 만큼 하위법령 및 고시 개정 등 조속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부·경제계와는 달리 환경시민단체는 이번 ‘화평법․화관법’ 개정이 국민 건강을 내팽개친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있다. 등록기준을 1t으로 통일한다고 해도 국가별로 요구하는 자료의 수준이 다르다. 유럽과 우리의 요구자료는 여전히 상이하다”며 “이번 개정으로 우리나라가 신규화학물질에 관한 화학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은 동일해도 자료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개정이 이루어지는 화평법의 연혁은 그 자체로 한편의 비극이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법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우리에게는 더 좋은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확정적인 이익을 보장하며, 안전에 관한 장밋빛 약속과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사회로 떠넘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국회통과 법률안 주요내용 및 기대효과.
국회통과 법률안 주요내용 및 기대효과.

한편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은 무상할당 배출권의 비율을 정할 때 부문별․업종별 온실가스 감축여건을 고려하도록 했으며, 직전 계획기간의 무상할당 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해 단계적으로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참고로 무상할당 배출권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 따라 설정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의 범위 내에서 개별 온실가스 배출업체에 할당되는 허용량을 말한다.

또한, 배출권 할당대상업체 외에 모든 업체의 거래 참여를 보장하고, ‘배출권거래중개업’을 신설해 시장 참여자의 거래 편의성을 제고함으로써 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적극 유인할 수 있도록 했다.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은 현재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수계기금에 의한 주민지원사업 종류에 생활기반시설, 의료시설 등의 주민편익시설 설치 지원과 육영사업을 법률로 상향 규정하여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행정법제 혁신을 위한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등에 관한 법률 등 23개 법률’은 개별 법령에 산재되어 있는 각종 ‘인․허가 의제’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규정 등을 ‘행정기본법’에 부합토록 일괄 정비함으로써 행정법 체계의 간결성과 통일성을 제고하고 법적 이해도를 높이는 등 국민 중심의 행정법 운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5개 법률안이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 마련 및 사전 안내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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