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수송포장 방법 기준’ 시행 앞두고 2년 유예 발표…“수송포장재 규제 포기”

환경부가 오는 4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수송포장 기준’, 이른바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2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종이빨대 규제처럼 유통업계의 요청을 대거 수용, 법 집행을 스스로 무력화 한 것이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7일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 기준 시행(2024.4.30.)’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여건을 고려한 ‘추진 방안’을 정부세종청사 6동 환경부 기자실에서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지난 2022년 4월 30일에 개정되고 올해 4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른 것이다.

이 규칙에 근거한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은 소비자에게 수송될 때 사용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포장횟수(1회 이내)와 포장공간비율(50% 이하)이 도입됐다. 잠정적 규제대상으로 유통업체수 약 132만개, 제품종류 1천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개인간 거래, 해외 직구는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22년 4월부터 2년간 △연구용역 및 현장 표본조사, △총 27차례에 걸친 업계 간담회, △전문가 및 유관협회 대상 토론회(포럼), △주요 업체와의 정책협의체 등을 통해 현장을 면밀히 살피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왔다며 이번 방안을 발표했다.

수송포장재가 쌓여 있는 모습.
수송포장재가 쌓여 있는 모습.

환경부에 따르면 업계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10종 내외 규격의 포장재로 수송하는 상황으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수송 포장재 종류를 늘리고 적재 장소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인력도 추가 고용해야 하고, 포장·물류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불가피하게 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는 예외사항으로 인정해 주고, 택배 물량 비중이 크지 않은 중소업체의 부담을 덜어 주는 합리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환경부에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이해관계자 의견과 규제대상 업체 및 제품의 수가 과도해 일률적인 규제적용에 한계가 있는 점, 규제비용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 등을 종합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마련한 수송 포장재(택배) 포장 기준 추진방안에 따르면 우선 수송포장 기준은 4월 30일부터 시행하되, 계도기간을 2년간 운영한다.

환경부는 새로운 제도가 첫 시행되는 만큼 업계가 시행기준을 토대로 포장방법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제도의 현장 적용성을 평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2년간의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연매출액 500억 원 미만 업체는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

통신판매업체 규모에 따라 취급하는 택배 물량을 조사한 결과, 국내 택배 물량의 약 40%는 상위 10여 개 업체가 차지하는 등 대규모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매출 500억 원 미만인 업체가 처리하는 택배 물량은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환경부는 중소업체의 부담을 해소하면서 효율적으로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 500억 원 미만 업체를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되, 대규모 업체의 자율적인 포장재 줄이기 노력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합리적인 사안은 포장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제품의 품질 보호를 위해 함께 포장한 보냉재는 제품에 포함시켜 포장공간비율을 산출하고, 보냉재와 제품을 밀착시키기 위해 비닐봉투로 포장한 것은 포장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포장재를 회수해 재사용한 경우나 소비자 요청으로 선물 포장한 경우는 포장횟수 또는 포장공간비율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획일적인 규제보다 업계의 자율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송포장재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며, “현장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으로 업계와 소통해 동참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환경부의 발표에 대해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즉각적으로 터져나왔다.

녹색연합은 7일 성명을 통해 "계도기간 중에는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회용 수송 포장에 대한 규제는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환경부가 해야 할 정책은 포기하고 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시민들은 기만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녹색연합은 "며칠 전 폐막한 제6차 유엔환경총회에서 발표된 글로벌 자원 전망(Global Resource Outlook) 자료에 따르면 소비와 생산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없다면 천연자원이 2020년 수준보다 60%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환경부는 수송 포장재 기준을 예정대로 시행하고 재사용 포장재 의무화와 일회용 포장재 저감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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