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장치 디버터 탄소→텅스텐 교체후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48초 연장 성공

한국의 인공태양 KSTAR가 핵심 장치인 내벽 부품을 탄소에서 텅스텐 소재 디버터로 교체한 후 진행한 첫 번째 플라즈마 실험에서 기존 기록을 경신하는 성과를 달성, 장시간 운전기술 확보에 '청신호'를 밝혔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KSTAR 연구본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2023년 KSTAR 플라즈마 실험을 통해 핵융합 핵심 조건인 이온온도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48초 운전 및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H-mode) 102초 운전 기록을 달성했다.

핵융합에너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핵융합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는 초고온·고밀도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는 그간 핵융합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 성과를 달성해 왔다.

특히 KSTAR는 지난 2018년 최초로 이온온도 1억도 플라즈마 달성 이후 2021년 1억도 플라즈마를 30초 유지하며 세계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그러나 장시간 초고온 플라즈마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의 운전 시간과 비례해 증가하는 열에너지를 잘 견딜 수 있는 우수한 내열 성능을 갖춘 디버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디버터(Diverter)는 핵융합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의 강한 열속이 집중되는 진공용기 하단에 위치한 플라즈마 대면장치이다.

디버터는 플라즈마 열속이 직접 진공용기에 닿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해 진공용기를 보호하는 동시에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순물을 배출하는 통로가 돼 고성능의 플라즈마가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기존 KSTAR에는 탄소 소재의 디버터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는 가열 장치의 성능향상 및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시간 증가 등으로 탄소 디버터의 열속 한계치를 넘어서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에 KSTAR 연구본부는 기존의 탄소 디버터를 열속 한계치가 높은 텅스텐 소재의 디버터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018년 개발에 착수했다.

난제가 없지 않았다. 텅스텐은 금속임에도 충격에 쉽게 깨지는 성질이 있어, 복잡한 형상의 KSTAR 장치에 맞는 디버터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텅스텐과 냉각수가 흐르는 구리소재의 냉각관의 접합이 난관으로 여겨졌으나, 핵융합(연)은 국내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고온·고압을 이용해 두 가지 재료를 접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디버터 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한국의 인공태양 KSTAR의 플라즈마 대면장치, 즉 디버터를 텅스텐 소재로 교체한 후 모습.
한국의 인공태양 KSTAR의 플라즈마 대면장치, 즉 디버터를 텅스텐 소재로 교체한 후 모습.

그 결과, 지난 2021년 첫 번째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으며, 2022년 9월부터 약 1년간 기존 디버터의 해체와 새로 개발한 텅스텐 디버터의 설치를 진행했다.

새롭게 설치된 디버터는 텅스텐 소재의 모노 블록으로 만들어진 총 64개의 카세트가 모여 KSTAR 내부의 진공용기 하단부를 360도 두르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텅스텐은 높은 녹는 점과 저항성, 낮은 방사화 등의 특성을 지닌 소재로 기존 탄소 디버터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불순물 생성 및 냉각의 어려움 등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열속 한계치도 10MW/m2로 탄소 디버터와 비교해 성능이 약 2배 이상 향상됐다.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서 이루어진 KSTAR의 첫 플라즈마 실험은 지난 2023년 12월 21일에 시작해 올해 2월 말까지 진행됐다.

주요 목표는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서 정상적인 장치 운전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KSTAR가 달성한 1억도 이상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역량을 재현하는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20일 KSTAR 연구진은 기존 확보한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기술 및 가열장치 성능 향상 등을 기반으로 이온온도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48초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고온·고밀도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핵융합 운전모드인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High Confinement mode, H-mode)를 102초간 연속 운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윤시우 KSTAR연구본부장은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서 진행된 첫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실험 준비를 통해 기존 KSTAR의 성과를 뛰어넘는 결과를 단시간 내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KSTAR 최종 운전 목표 달성을 위해 가열 및 전류구동 장치의 성능 향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장시간 플라즈마 운전에 요구되는 핵심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융합(연) 유석재 원장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가장 유사한 장치로 손꼽히는 KSTAR 장치가 ITER와 동일한 텅스텐 소재의 디버터 환경을 갖추게 된 만큼, 향후 ITER의 플라즈마 실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KSTAR의 이번 플라즈마 실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KSTAR의 선도적 연구를 통해 ITER 및 향후 핵융합 실증로 운전을 위한 기술 확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KSTAR의 최종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300초를 달성하는 것이다. 플라즈마 운전 300초는 플라즈마와 내벽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제어, 24시간 정상상태 운전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인공 태양’ 상용화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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