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온 20살 연하 '우지지'와 재혼…서울동물원, 전담팀 구성 등 만전

중년의 40대 '고리나'가 19세 청년 '우지지'를 신랑으로 맞는다.

남편 '고리롱'이 지난 2011년 2월 만4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2년만의 '재혼'이다.

'고리나'는 2세를 갖고 싶어 한다. 지난 2000년 6월부터 10년 넘게 '고리롱'과 부부생활을 이어왔지만, 끝내 2세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고리롱' 사후 인공수정까지 계획하며 의지를 보였으나 고리롱이 '무정자증'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실망감을 키웠다.

'고리나'가 '우지지'와의 '재혼'으로 고대하던 2세 출산에 성공할 수 있을까?

▲ 고리나(좌)와 우지지(우).
얼핏 들으면 일반 불임부부의 안타까운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실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세계적 희귀동물 로랜드고릴라다.

'고리나'는 서울대공원에서 살고 있는 국내 유일의 로랜드고릴라이다.

로랜드고릴라는 전세계적으로 300~400여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Ⅰ급 동물이다.

서식지도 기니아, 콩고, 카메룬 등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한정돼 있어 몸값은 동물 중 최고를 자랑한다.

털은 검은색 또는 회갈색, 성숙된 개체는 회색에 가깝고, 수컷의 등은 은백색을 띠고 있다.

수컷의 키는 보통 170~180cm, 암컷은 150cm 정도이며, 몸무게는 수컷의 경우 140~180kg, 암컷의 경우 90kg 정도다.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이 로랜드고릴라는 그러나 4년에 한 번만 출산할 정도로 번식능력이 떨어진다.

만약 임신에 성공할 경우 새끼는 약 250~270일 가량을 암컷 뱃속에서 자라게 되며 1~2마리를 출산하게 된다.

고리나는 지난 1984년 무역상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공원 역사와 희노애락을 함께했다.

그러다 지난 2000년 6월부터 전 남편 '고리롱'과 부부생활을 해 오며 2세 출산의 기대를 부풀려 왔다.

서울동물원은 고리나, 고리롱 부부의 2세 출산을 위해 2009년 유인원관의 콘크리트 바닥을 천연잔디로 바꿔 주는 등 자연스런 서식환경 조성을 위해 애를 썼다.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해 주기도 하고 로랜드고릴라가 좋아하는 돌산을 이용한 서식환경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사랑의 결실을 위해 ‘고릴라 짝짓기 동영상’까지 보여 주고, 몸에 좋다는 보양식까지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최고의 불임전문 병원과 협력으로 생식기능보조제까지 제공하는 등 ‘실버리본프로젝트’까지 실시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고리롱이 안타깝게 지난 2011년 2월 17일, 만4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며 2세 출산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줄곧 독수공방 생활 해 온 '고리나'에게 희소식이 날아온 건 지난 2010년께다.

2010년 6월 미국 콜로보스동물원으로부터 유럽동물원수족관 협회 고릴라 종보존 책임자인 프랭크 리트케르크(Frank Rietkerk) 네덜란드 알펜홀 동물원장의 소개로 고릴라 도입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져 온 것.

프랭크 리트케르크 원장은 지난 2010년 8월 29일 서울동물원까지 직접 방문, 고릴라 사육환경 및 번식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으며, 같은 해 10월28일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로부터 한국고릴라 종보존을 위해 수컷고릴라 1마리를 '브리딩론'으로 최종 기증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서울동물원은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와의 사전 조율에 따라 2011년 5월 영국 포트림동물원으로부터 기증개체 ‘우지지’ 확보를 위해 사육사와 수의사를 사전 파견해 로랜드고릴라 사육관리 매뉴얼과 개선권고사항을 차질없이 실천했다.

드디어 지난해 12월23일 '우지지'는 영국 포트림동물원에서 20여시간의 여정 끝에 서울동물원에 전입을 왔고, 도착 이후 지금까지 서울동물원 유인원관에서 '고리나'와 얼굴 익히기를 해 오는 등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 왔다.

▲ 우지지
영국 포트림동물원에서 태어난 ‘우지지’(94년 2월 12일 생)는 180kg의 큰 덩치로 고리나(100kg)의 두배에 가까운 몸무게를 가진 데다 비교적 온순하고 젠틀한 성격에 강인한 포스를 풍기고 있다.

특히 우지지의 가족은 대대로 번식이 매우 잘되어 형제, 자매 모두 활발한 번식능력을 갖고 있다.

'고리나'에게는 희소식이자 천생배필인 것.

다행히 고리나는 40살로 추정되는 나이 때문에 임신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분변과 소변을 통한 임신가능여부 검사를 통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얻어내며 날려버린 상태다. 

이제 문제는 '고리나'와 '우지지'의 결혼에 의한 자연스런 합방.

현재 서울동물원은 고릴라 ‘우지지’와 ‘고리나’의 합방을 위한 'happy Gorilla TF팀'을 운영하며 사전 얼굴익히기를 하고 있다. 이는 합사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준비과정이다.

'우지지'의 현지 적응 및 2세 번식을 위한 동물행동풍부화, 시설, 조경, 전시, 사육, 번식, 혈통관리, 질병 모니터 등 각 분야별 전담팀을 구성 운영 중에 있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동물원은 이들의 허니문을 위해 다양한 과일나무까지 식재하고, 관람객들로부터 은밀한 사생활이 침해 받지 않도록 이중 몰래 관람창을 설치해 사람은 고릴라가 보이나 고릴라는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해 주는 등의 조치도 완료했다.

특히 서울동물원은 고릴라가 야생에서 식물성 먹이를 먹는 동물로서 이런 특성을 고려해 고구마, 당근, 배추, 등과 신선한 나뭇가지를 공급해 주는 등 짜임새 있는 영양식단으로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세계적 희귀종 로랜드고릴라의 2세 출산에 서울동물원의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공원 이원효 원장은 “서울동물원의 유일한 암컷 고릴라 ‘고리나’의 짝을 맺어 주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 서울동물원이 세계동물원 기구에서 보여준 적극적인 활동에 대한 성과이자 다양한 노력의 결과"라며 "고리나가 2세 출산에 성공하고, 서울동물원이 세계 속의 동물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물들의 서식환경 개선 등 동물복지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물론, 시민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행활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동물원은 '우지지' 도입 경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고릴라를 서울동물원 4월의 동물로 선정하고, 25일(월)부터 ‘우지지’를 시민에 공개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지지’는 처음 접하는 서울동물원의 낯선 환경과 소심한 성격 탓에 야외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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