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30일 출범 했지만 당일 시민단체 위원 참여 철회 등 ‘반쪽’으로 전락

30일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논의과정과 위원 구성 면에서 반쪽 자리 위원회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애초 참여의사를 밝혔던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이 당일 위원 참여를 철회하는 등 시작부터 삐거덕 거리다 결국 현재 그 존재감 자체가 전무한 정부 주도 '4대강검증위원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장관 윤상직)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방안에 관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인 공론화를 주관하는 기구로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을 30일 개최했다.

산업부는 이번에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1월부터 원전지역, 민간단체, 국회, 전문가 등과 50여회 이상의 설명 및 간담회·토론회 등 약 9개월간의 의견수렴 끝에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출범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문사회·기술공학 분야 전문가 7명, 원전지역 대표 5명, 시민사회단체 대표 3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향후 공공토론, 공론조사 등 다양한 공론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 논의결과를 2014년말까지 정부에 권고하게 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공론화위원회는 사회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난제에 대해 정책형성 단계부터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첫 시도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며 출범 의의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공론화위원회 출범에 대한 산업부의 기대와 평가와는 달리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논의에 참여해 올바른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모습인 건 분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공론화위원회의 위상, 투명하지 못한 위원회 구성과정과 형평성 등으로 인해 편향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공론화위원회가 다양한 사회의 각계 의견을 모으고 공론을 만들어가는 장이어야 하지만 투명성을 보장받지도 못했고 신뢰를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출범해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풀어야만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논의하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며, 반쪽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우선 공론화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사용후핵연료가 산업부 만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산업부의 자문기구 성격으로 격하돼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론화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격상시키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현행법에 따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 제출해 최종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합의보다는 핵산업 진흥이 주된 목적인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공론화위원 구성과정과 관련해서도 시민단체들은 "애초 산업부는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추천위원회 추천 9명(인문사회/공학 등), 시민사회 2명, 경제단체 1명, 지자체 추천 2명 등 전체 15명으로 위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공문까지 보낸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핵발전소 소재 지자체의 반발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추천이 5명으로 늘어나고, 추천위원회 추천은 7명으로 줄어드는 등 스스로 말한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문사회, 공학 등 추천위원회 추천 인사들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그간 산업부의 핵폐기장 부지선정과정에 참여했거나 그간 산업부의 각종 위원회에 관여 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론화위원들이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출범 직전까지 공론화위원회 참여의사를 밝혔던 녹색연합의 윤기돈 사무처장과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에너지기후팀 처장 등 시민단체 대표 인사가 출범 당일 공론화위원회 참여 철회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뒷늦은 출범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단기적인 계획과 실행으로 결국 시간만을 보낸 채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한 점은 이번 공론화위원회 출범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사용후핵연료의 발생을 멈추고, 이미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은 핵발전의 찬반을 떠나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며, 이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30일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경상북도 경주시에 건설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한편 원자력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약 700톤이상으로 각 원전내에 임시저장 중이다.

이 같은 임시저장시설은 2016년부터 포화가 예상되며 시설확충 등을 통해 최초 포화시기를 2024년까지 연장 가능하나, 아직까지 관리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안전한 관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중요한 문제로 현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과제다.

과거 사용후핵연료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공감대 형성없이 부지확보를 추진한 결과, 1990년 안면도, 2003년 부안 등에서 주민소요가 발생하는 등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방안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론화 위원회'의 구성이 대안으로 검토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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