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료 4번째 공개된 가운데 합수단 수사 ‘난항’…“만일의 상황 대비해야”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도면과 매뉴얼 등의 내부 문서가 잇따라 인터넷에 공개된 가운데 해커 추정인물이 추가 공개를 예고한 시한이 다가오고 있어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이 전방위적인 범인 추적·검거에 나선 상황이지만 아직까진 이렇다할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원전 문서 유출사건과 관련해 해커 추정 인물은 지난 15일과 18일, 19일 사흘에 걸쳐 'Who am I?(내가 누구게?'라는 문구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월성 1호기 감속재 계통 및 배관설치 도면, 고리 1·2호기 배관계측 도면에 쓰인 범례, 고리 1·2호기 보조건물 냉각수 계통 도면, 월성 1호기 주제어실 내 급수 및 복수계통 패널 사진 등의 내부문서를 인터넷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어 21일 오전 1시30분 쯤 고리 2호기와 월성 1호기 관련한 내부 문서와, 월성 1호기 밸브 도면 등을 담은 4개의 압축파일을 또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공개된 자료가 핵심기술이 아닌 일반적인 참고 자료 수준이어서 유출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히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하는 등 사이버공격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IP의 위치가 지방 모처로 파악됨에 따라 이날 현장에 수사관을 급파하는 등 유출범 검거를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과 합수단 등 정부기관들은 아직까지 이 자료들이 외부해킹에 의한 것인지 내부 유출에 의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섭 1차관은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전 자료 유출 사건은 아직 해킹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추적해야 할 IP 주소가 해외와 연결돼 있는 등 수사에 애로가 많아 범인 검거 등 사건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커 추정 인물이 21일 네번째로 트위터에 공개한 '청와대 아직도 아닌 보살'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북한의 소행일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등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21일 트위터에 공개된 문구의 '아닌 보살'이라는 표현은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한다는 뜻'으로 주로 북한에서 쓰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을 '원전반대그룹'이라고 밝힌 해커 추정인물이 "크리스마스부터 석 달 동안 고리 1,3호기, 월성 2호기 가동을 중단할 것"을 한수원에 경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10만여개의 원전 내부자료를 또다시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2차 파괴를 실행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만일의 사태인 사이버공격이 있더라도 원전 제어망은 외부와 완전히 분리 운영되므로 발전소 안전운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한수원은 이번 자료 유출과 관련해 원전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유출된 자료는 단 1장이라도 밖으로 나와서는 안되는 것으로, 국민안전, 국가안보, 국가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에너지정의행동은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해커의 정체는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만의 하나 테러 집단에 의해 핵발전소 안전을 위협 받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로, 무조건 괜찮다, 안전하다고 반복하는 가운데 대형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수차례 경험한바 있다"며 "따라서 정부는 무조건 괜찮다는 식이 아니라, 현 상황을 그대로 공개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도 22일 성명을 내고 "한수원 일부 사이트가 해커에 의해 변조됐음이 확인된 상황이면 단순 자료 유출을 넘어서 기밀자료의 삭제나 수정 대체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장님 주인은 금고 타령만 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한 뒤 "정부, 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초기의 미흡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방어체계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아울러 "자칭 ‘원전반대그룹’은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원전은 폐쇄될 때까지, 폐쇄 이후에도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무차별적이며 우리 모두의 미래를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21일 새벽 1시30분 경 트위터에 띄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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