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고궁앞에서 남고생 무리를 만났습니다. 현장학습을 나온 모양입니다. 5월 햇살처럼 싱그런 청춘들이었습니다. 관심있게 살펴보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교복은 입었으되 머리모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살짝 파머를 하기도 했고, 더벅머리에 2대8 가르마, '빡빡이'까지 참 다양했습니다. 고등학생다운(?) 단정한 머리모양을 한 친구들이 압도적이었지만 저마다 개성을 살린 모습이 귀엽고,  역동적이었습니다. 이것은 지난 1월26일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이후 빚어진 결과물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두발 규제' 등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해 학생인권조례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고, 교총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여전히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성명과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인데, 백번천번을 생각해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이상 학생들을 길들일 수 없다'는 불안감에 억지주장을 늘어놓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문제 많은 대학입시, 주입식 교육 등은 관주도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익히고 키운 학생들 자신이 '마지막 보루'입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참 뜻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고 꿈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미성년인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과도한 권한'을 준 게 아니라 오히려 세계를 무대로 미래의 우리나라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어 달라는 '과도한 요구', 의미있는 시도인 것입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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